[금강일보-대전시 공동기획:2024 대전 청년을 말하다] 도전이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지만 좋은 결과는 늘 도전 있기에 가능하다… 윤승현 스튜디오 넥스트 대표
살기 좋은 도시, 일류경제도시. 대전을 지칭하는 용어는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하나 있다. 대전이란 도시는 매력적이란 것이다. 다만 이 같은 매력을 알리기 위해선 나름의 포장이 중요하다. 비즈니스 용어로 말하면 뛰어난 기획이 필수다. 그러나 남들과 같은 기획으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대전은 이제 국내 도시가 아니라 세계의 도시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일류로 향할 잠재력은 충분하다. 어떻게 대전을 알릴 것인지가 중요하다. 대전에서 기획가로 활동하는 윤승현(29) 스튜디오 넥스트 대표를 만나 대전을 기획하는 방법을 들었다.
◆ 우리는 언더 독
윤 대표는 스스로 언더 독이라 칭한다. 남들이 보기에 좋은 학력을 갖지 못해서다. 스포츠 등 경기에서나 언더 독이라 함은 약자기 때문에 이들의 성공을 바라는 심리 또는 그를 응원하는 현상에 기대 일정의 성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현실에선 언더 독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래서 좋지 않은 학벌을 가진 이들은 좋든 나쁘든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표현한다. 윤 대표의 경우 전자에 가깝다. 공부를 못하는 것으로 나름 유명한 고등학교를 다닌 윤 대표는 같은 반 친구들이 벌써 인생을 포기한 것처럼 학교를 다녔지만 그는 전혀 달랐다. 모든 것에 늘 도전이었단다. 온갖 공모전이란 공모전엔 언제나 응모했고 어느날 대기업의 영상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하는 일이 일어났다. 전 부문에서 1등이란 얘기다. 당시 친구와 같이 응모했던 공모전은 영상 패러디전.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재미를 입히자’라는 생각에 엉뚱한 영상이 탄생했고 창의성 하나만으로 수백, 수천의 작품을 제친 것이다. 남들은 안 된다고 포기할 때 찾은 스스로의 재능이었다.
“사실 이름만 대면 다 알 정도로 공부와는 연이 먼 학교에 다녔어요. 그래서 학교 분위기는 늘 처져있었죠. ‘우리는 뭘 해도 안 돼.’ 그런데 그게 되게 싫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여러 일에 도전했고 영상 공모전에서 대상을 탔어요. 앞으로도 받아보기 힘든 전국 1등. 진짜 행복하더라고요.”
◆ 생산-기획 아닌 기획-생산
윤 대표는 자기 적성을 영상 쪽으로 잡았다. 대기업의 영상 공모전에서 전국 1등을 차지했단 건 그만큼 관련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니 말이다. 그래서 취업도 영상 관련 회사에 다녔다. 그곳에서도 자신은 기획 분야를 맡아 일을 했는데 이게 웬걸. 스스로가 생각한 적성은 영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획이었다. 영상도 제법 두각을 보였지만 자신이 기획한 상품이 좋은 반향을 불러일으킨다는 걸 느낀 것이다. 윤 대표는 영상업무와 함께 기획 업무를 같이 맡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그는 상품의 셀링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까진 제품이 나오고 이를 상품화하기 위한 기획이 이어지고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래서 가장 초기 단계인 상품의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게 대중의 생각이다. 그러나 그가 파악한 셀링 구조는 반대였다. 생산-기획이 아니라 기획-생산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그래서 다니던 회사를 나와 현재의 스튜디오 넥스트를 차리고 상품을 만들기 전 기획에 몰두했다.
“지금까진 제품이 생산되고 이를 기반으로 기획을 했는데 전 거꾸로 해봤어요. 기획을 먼저하고 상품을 내놓은 거죠. 우리 회사로 예를 들면 쉬워요. 대전이 성심당으로 유명하잖아요. 그래서 빵 관련 상품이 많죠. 그래서 대부분 상품은 우선 생산하고 성심당과 연결시키려고 해요. 그런데 스튜디오 넥스트는 아닙니다. 빵으로 기획해볼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탄생한 게 빵 냄새가 담긴 디퓨저, 빵퓨저예요.”
◆ 도전 안 했다면 빵퓨저 없었다
주말 이른 오전. 햇빛이 화살처럼 창문과 커튼을 넘어 눈을 찌른다. 기분 나쁠 법하지만 주말이란 행복이 더 커 평일과 달리 금세 일어난다. 푹 잔 덕분에 몸 상태는 그야말로 최고. 간단하게 씻고 집 앞 빵집을 찾는다. 갓 구워진 빵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바로 이 순간을 기획한 게 빵퓨저였고 반응은 대박이었다. 빵내음을 가득 담은 향기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사랑받았다. 특히 자연 친화적인 원료와 오일을 사용해 다양한 공간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설계했단 게 주효했다. 빵퓨저가 대전의 고유한 빵 향기를 담아냈다는 평이다. 빵퓨저는 단순히 빵 냄새를 담은 디퓨저가 아니다. 대전의 대표적인 빵 문화를 상징하며 향기와 함께 도시의 매력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에 대전 자체를 담은 것이다. 남들과는 다른 발칙한 상상이 대전을 대표하는 또 다른 콘텐츠로 탄생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출발은 도전이었다.
“도전했기에 나온 성과라고 생각해요. 학교 다닐 때 반 친구처럼 매일 자고 그랬다면 어땠을까요. 취업하고 내 재능을 깨우치는 과정이 없었다면 또 어땠을까요. 빵퓨저라는 기획을 하지 않았으면 변한 게 있을까요. 보면 늘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도전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좋은 결과는 늘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죠.”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