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권고에도 ‘마약 상호’ 여전

대전시 추산 4곳, 포털 검색 시 9곳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 간판 기재 多 “정부 적극 지원으로 부담 줄여야”

2025-01-19     김세영 기자
▲ 대전 중구 한 가게 간판에 ‘마약’이란 용어가 들어가 있다.

간판·메뉴 등에 마약 관련 용어 사용을 금지하는 식품표시광고법이 지난해 시행됐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간판 기재 시 적발이 어려운 데다 강제성도 없고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 사업 예산마저 편성되지 않아 비용 부담을 지자체가 떠안게 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7월 식품표시광고법이 시행되면서 마약류 및 유사 표현을 식품 표시·광고에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됐다. ‘마약’이라는 용어가 일상화돼 범죄에 대한 경각심까지 없애는 것 만큼은 막아보자는 취지로 음식점 간판과 메뉴 등에서도 ‘마약’ 용어 사용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그러나 마약 용어를 사용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19일 대전시 추산 상호명에 마약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곳은 동구 1곳, 대덕구 3곳 등 4곳이다. 포털에서 ‘대전 마약’을 검색하면 마약 용어를 사용 중인 음식점은 9곳으로 더 많다. 그러나 서구와 중구 일대에는 시 집계와 포털 검색에 드러나지 않는 ‘마약’이 들어간 간판 또한 심심찮게 발견된다. 제대로 된 현황 파악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간판 기재 시 발견에 한계가 있는 데다 금지에 강제성 또한 없는 탓이다.

시 관계자는 “권고 사항이라 시에서도 무작정 간판을 떼는 등 강제적인 조치를 할 수 없다. 영세 자영업자가 간판을 당장 변경하는 것도 쉽지 않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경우 본사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어 현재 권고 후 시정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호명으로 필터링되기 때문에 간판에 삽화 또는 단어를 사용 추가한 방식이면 확인이 어렵다. 관내 몇 만 개에 달하는 간판을 일일이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다. 최선을 다해 권고하고는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간판 교체 등 지원 사업을 위해 요청한 국비 3억 원의 예산이 올해 본예산에 편성되지 않으면서 자치구가 자체 예산인 식품진흥기금을 투입, 교체를 지원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으며 또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정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곽현근 대전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강제성 없는 정책 수단을 활용하는 상황에서 정책대상인 상인 등이 순응하게 하려면 그 부담이나 비용 등을 최소화해줘야 한다. 그게 정부의 역할인데 정책설계가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정보 지원이나 재정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글·사진=김세영 기자 ksy@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