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포비아’ 확산에 미인증소화기 구비 곳곳

국내외 유통 소화기로 배터리 화재 진압 불가 5인승 차량 소화기 비치 의무에 전기차주 난처 전용소화기 개발 및 배터리 전고체 전환 시급

2025-02-16     김세영 기자
▲ 대전 중구 한 행정복지센터 전기차 충전기 옆에 소화기가 설치돼 있다. 소화기는 일반화재용(A), 전기화재용(C)으로 전기차 배터리 화재에 적합하지 않다.

잇단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면서 미인증된 소화기가 곳곳에 구비되고 있다. 국내외 유통되는 소화기로 전기차 화재 진압이 불가한 만큼 전용소화기 개발 및 배터리 전고체 전환의 필요성이 떠오른다.

16일 소방청 통계를 보면 2019년부터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157건이며 이로 인해 13명이 다쳤다. 2019년 7건에서 2023년 72건으로 급증했으며 같은 기간 대전·세종·충남에서는 21건의 전기차 화재로 3명이 다쳤다. 기후위기 대응으로 전기차 보조금 지원 등이 지속되면서 관련 화재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누적대수는 68만4244대로 4년 전 13만 4962대보다 약 5배 늘었다.

문제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한 개의 배터리에서 열폭주가 시작되면 순식간에 다른 배터리로 옮겨붙어 대형화재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인천 서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차량 959대가 타 소방서 추산 약 38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후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며 대전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지하주차장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이전하는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상 이전과 함께 대전 서구의 경우 ‘전용소화기’ 비치에 나섰다. 소화기는 용도에 따라 일반화재용(A), 유류화재용(B), 전기화재용(C), 주방화재용(K), 금속화재용(D) 등급으로 나뉘며 일반적으로 D급 소화기가 배터리 전용소화기로 인식돼 설치된다. 서구는 D등급을, 중구 한 행정복지센터는 C등급을 설치한 상태다. 전기시내버스를 운영하는 일부 업체 또한 마찬가지다. 소방청은 국내외 유통 소화기로는 배터리 화재 진압이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적응성 있는 소화기는 없다. 배터리 화재 전용소화기 개발과 배터리 전고체 전환이 시급한 이유다. 특히 지난해 12월 5인승 이상 차량 소화기 비치 의무로 전기차 차주들은 난감할 뿐이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미국 군대에서는 전차가 폭발하니까 열이 오를 때 나오는 오프가스를 감지하면 냉각제를 분사하는 기술을 적용 중이다. 국내에도 이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또 전고체 배터리로 대체하면 지금보다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안전 대책 없이 전기차 보급 지원에만 집중하는 것은 문제다. 예방 기술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전 중구 한 행정복지센터 전기차 충전기 옆에 소화기가 설치돼 있다. 소화기는 일반화재용(A), 전기화재용(C)으로 전기차 배터리 화재에 적합하지 않다.
대전 서구 전기차 충전기 옆에 소화기가 설치돼 있다. 소화기는 금속화재용(D)으로 전기차 배터리 화재에 적합하지 않다.
대전 서구 전기차 충전기 옆에 소화기가 설치돼 있다. 소화기는 금속화재용(D)으로 전기차 배터리 화재에 적합하지 않다.

글·사진=김세영 기자 ksy@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