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노동자 32% “의료대란으로 병원 내 안전사고 늘어”

민주노총 등, 병원노동자 설문조사 결과 공개 의사 명의 대리 처방 등 간호사 업무 가중돼 노조 “공공·지역의사 양성, 인력 충원 필요”

2025-02-18     김세영 기자
사진= 금강일보DB.챗GPT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에서 촉발된 의료대란이 오는 20일, 1년이 되는 가운데 의료대란으로 병원 내 안전사고가 증가했다는 병원노동자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환자와 노동자 고통이 가중됐다며 인력 충원과 제도 개선 등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시민건강연구소는 18일 서울대병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12월 수련병원 3곳의 노동자 848명(의사, 관리직 제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29명 중 32.4%는 전공의 사직 이후 병원에서 근접 오류를 포함한 환자 안전사고가 증가했는지 묻는 항목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보통’은 45.1%, ‘부동의’는 22.4%였다. 근접 오류란 환자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었지만 사고 발생 전 발견된 경우를 말한다. 전공의 사직이 환자에게 끼친 영향을 묻는 항목에는 환자 상태·치료계획에 대한 설명 부족, 비급여 항목 증가, 처치 지연으로 재원일수 증가 등의 답변이 나왔다.

의사 명의 대리 처방 등 본래 업무 범위를 벗어난 추가 업무에 간호사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간호사 475명을 대상으로 한 전공의 업무 전가 관련 설문에선 44.9%가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 이후 의사 명의의 대리 처방이 증가했다’고 답했으며 69.7%는 ‘간호사 업무 범위를 벗어난 추가 업무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59.7%는 이런 범위 외 업무 수행에 대해 우려했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진료지원(PA) 간호사가 된 이들은 약 절반에 달했다. PA간호사(78명) 42.9%는 ‘일방적 부서 배치·발령에 비자발적으로 진료지원 업무를 맡았다’고 응답했다. 이 중 10.3%는 임상 경력이 3년 미만이었으며 배치 전 교육을 받지 못한 PA간호사는 3명 중 1명 꼴이었다. 구체적으로 이론 교육 35.9%, 술기(간호행위) 46.7%다.

이가현 충북대학교병원 노동자는 “10년 넘게 법의 테투리 밖에서 의사 업무를 대신할 때는 모르쇠로 일관하던 정부가 이제 와 합법이라며 의사 업무를 대신하라고 한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불안정한 응급실 운영 실태도 폭로했다. 이 노동자는 “충북대병원 응급실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보도되지만 사실과 다르다. 지난해 10월 2일부터 매주 수요일 야간에는 성인 환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4개월 동안 주 1회 셧다운됐고 궁여지책으로 시간제 전문의 4명을 고용해 올해 2월부터 공백없이 진료한다”라고 설명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의료대란 사태 해결과 붕괴위기의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시장중심 의료체계를 공공중심 의료체계로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연대본부는 “시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공공의사와 지역의사 양성, 간호인력을 포함한 보건의료 인력 충원, 그리고 적정한 보건의료인력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당장 정부가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세영 기자 ksy@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