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다시 논하다]②노인 연령 기준 상향의 ‘명과 암’/기대효과 못지않은 연령 상향 부작용

지난해 장기요양급여 역대 최고치 경신 국가채무 2072년 7300조, 연평균 4% ↑ 5세 상향 시 기초연금 약 6조 절감 전망 빈곤율 악화, 산재고령화 우려도 뒤따라

2025-02-24     김세영 기자
사진= 의원실 제공

정부가 노인 연령 조정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상향에 따른 기대효과와 부작용에 관심이 쏠린다. 현행 65세에서 5세만 올려도 연간 약 6조 이상의 재정을 절감할 수 있는 등 사회적 비용 부담이 크게 완화돼서다. 그러나 복지 공백으로 인한 노인빈곤율 악화, 계속고용에 따른 산재 고령화는 양날의 검이어서 우려가 잇따른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부산 해운대구을)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요양급여 비용 중 공단 부담금은 14조 7675억 원으로 2019년(7조 7363억 원) 대비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로 장기요양보험을 신청한 65세 이상 고령자는 5년 전보다 32.8% 많은 147만 7948명을 기록했다.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영향이다.

노인 인구 비중이 늘면서 복지 지출도 증가해 향후 국가채무 또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를 보면 2072년 국가채무는 무려 7303조 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1270조 4000억 원의 5.7배 수준으로 국가채무가 연평균 3.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법령과 제도가 유지되고 2072년 인구가 지금보다 감소한 3622만 명일 것이라는 추세적 가정에 따른 것인데 국민 1명당 나라빚이 올해 약 2458만 원에서 2072년 2억 170만 원으로 급증하는 셈이다. 법정 노인 연령 상향이 정부 재정 개선의 해법 중 하나로 제시되는 이유다.

기초연금만 봐도 수급 연령 상향으로 연간 6조 이상의 비용이 절감된다. 기초연금 지원 대상자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상향했을 경우 2023년 6조 3092억 원, 2024년 6조 8027억 원의 비용이 절감된다. 보건복지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도 2023년 5847억 원, 2024년 8673억 원 절감이 가능했다. 인건비 보조가 포함되지 않은 취업알선형 노인일자리 등까지 고려하면 절감액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지속가능한 나라 운영을 위해선 연령 상향이 불가피한데 이면엔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단적으로 기초연금 수급 연령을 70세로 상향하면 65세의 고령자는 4년간 복지 공백에 놓이게 된다. 빈곤 노인은 기초연금을 포함한 공적 이전소득이 연소득 58.7%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율이 높아 가뜩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한국은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게 뻔하다. 지금도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 평균인 14.2%다 3배가량 높은 40.4%나 된다. 정년연장·폐지, 재고용 등으로 고령근로자의 계속고용을 활성화해 생산연령인구를 늘리면 된다는 의견이 있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고령근로자는 젊은 층보다 사업장 내 사고나 질병에 더 취약해서다. 생산성과 함께 산재 발생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55세 이상 근로자의 산재사망 위험은 그 미만보다 4배 가까이 높고 산재사망자 비중도 압도적이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현황을 살펴보면 2023년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보상이 승인된 재해 사망자 수는 2016명으로 이 중 과반인 52.1%(1050명)가 60세 이상이다. 10년 전(29.8%)보다 자그마치 22.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나이별로 50대 547명(26.6%), 40대 284명(14.1%), 30대(5.2%), 20대 이하(1.9%) 순으로 나타났다. 법정 노인 연령 상향으로 드러날 명과 암이 선명한 만큼 이를 보완할 대비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떠오른다.

김세영 기자 ksy@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