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20년 동결’ 쓰레기 종량제 봉툿값 인상 추진
재정부담 가중·환경문제 이유로 인상 관련 용역 착수 전문가 “많이 오르면 불법투기 우려 신중한 접근 필요”
대전시가 20년 만에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을 추진한다. 단순한 요금 조정을 넘어 환경보호와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것인데 쓰레기 처리 비용 급증, 재정 부담 가중으로 더 이상 가격 동결이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는 소각·매립용으로 배출한 쓰레기를 버린 만큼 돈을 내게 하고 재활용품은 공짜로 버릴 수 있게 해 재활용률을 높이면서 소각·매립률은 낮추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쓰레기 종량제 봉투 도입 원칙은 현실에서 외면받는 실정이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이 20년째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면서 시민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지자체가 짊어지게 돼 재정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다.
당장 대전만 하더라도 올해 기준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은 3ℓ 100원, 5ℓ 170원, 10ℓ 330원, 20ℓ 660원, 50ℓ 1650원, 75ℓ 2480원이다. 2005년 이후 한 번도 오르지 않은 가격이다. 실제 쓰레기 처리 비용의 30~40%만 충당하는 수준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6대 광역시 중 청소예산 부담이 크고 재정자립도는 32.6%로 5위 수준인데 나머지 60~70%를 세금으로 보전해야 하는 처지에서 재정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27일 열린 제12회 시구정책조정간담회에서도 이 문제가 테이블에 올랐다. 이 자리에서 시와 자치구는 내년 10월 폐기물 반입수수료 인상 시기에 맞춰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미 시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는데 결과는 8월 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현재 가격 조정을 위한 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을 얼마나 올릴 것인지는 용역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환경 전문가들도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은 이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물가 상승과 환경 문제를 고려하면 지난 20년간 가격이 인상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올리는 게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물가 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는 낮은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을 유지하면 지자체 재정 압박이 커지며 주민들이 받는 청소 서비스의 질이 결국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장용철 충남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쓰레기 처리 비용의 50~70%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종량제 봉투 가격을 적절히 인상해야 한다. 다만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오를 경우 시민의 불법 투기를 조장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