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도시를 만드는 사람들: 대전 유망 중소기업 이야기] 코딩 교구 한 대로 세계 교육시장을 사로잡다

김진현 ㈜새온 대표이사 코딩 교육 솔루션 도구 ‘알티노’ 美 정규교육과정으로 채택되며 수천 명의 교사·학생들이 사용 최근 물류사업으로 분야 넓혀 제어기 80% 이상 국산화 성공

2025-04-21     이준섭 기자
김진현 ㈜새온 대표이사

바야흐로 물 한 방울조차 치열한 경쟁 끝에 흘러가는 시대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이 익숙한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나 살아남은 자가 진짜 강한 시대, 그 중심엔 중소기업이 있다. 자금, 기술, 신뢰 중 무엇 하나라도 남다른 무기를 가진 기업들만이 오늘을 넘어 내일을 꿈꾼다. 대전시가 선정한 유망 중소기업들 역시 위기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스스로 성장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곧 일류경제도시 대전의 든든한 밑거름이다. 금강일보가 직접 만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생존의 법칙을 품은 사람들, 그 치열하고도 따뜻한 성장의 기록 속으로 들어가 본다. 

기술은 가능성을 품지만 그것을 일상에 닿게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새온은 거창한 비전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출발했다. 교육도구 한 대로 시작한 작은 시도는 해외 10개국 수출로 이어졌고 미국 교육과정에 채택된 플랫폼 알티노는 수천 명의 교사를 거쳐 학생들의 손에 닿고 있다. 스마트팜 키트는 전량 미국 수출에 성공했고 새온은 이를 기반으로 물류 자동화 등 새로운 산업 영역에도 도전하고 있다. 김진현 새온 대표이사의 방식은 단순하다.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답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 사람에게 닿는 기술, 그 원칙이 성장을 이끌고 있다.

◆교육사업의 성장과 국제적 영향력
새온은 그 자체로 ‘새로운 온 세상’을 꿈꾸는 기업이다. 새온은 세 가지 주요 사업을 통해 회사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교육사업이 있다. 알티노와 스마트팜이라는 제품 모델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 중심의 사업을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놨다.

“새온의 교육사업은 알티노라는 코딩 교육 솔루션과 스마트팜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알티노는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의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았어요. 특히 미국에서는 알티노에 대한 신뢰가 높고 5000명 이상의 강사들이 이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치고 있죠. 미국의 정규 교육 과정에서도 알티노는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교육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새온은 2018년까지 알티노 관련 경진대회로 우수한 학생들을 하와이로 보내 미국 상·하원 의회와 하와이 주정부, 호놀룰루시 등에서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알티노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아이비리그 대학에 우선 입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성공적인 교육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새온은 현재 10개국 이상에 수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큰 바이어는 미국이에요. 최근에는 일본, 중동 등 새로운 시장을 적극적으로 뚫고 있는데 이로 인해 새온의 교육사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강한 입지를 자랑하고 있죠.”

라즈베리파이형 알티노. ㈜새온 제공

◆물류사업 도전과 성공적인 확장
새온은 교육사업 외에도 물류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사실 교육사업이 아무리 성공적이라도 매출 규모가 100억 원을 넘기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한 새온은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물류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를 통해 제어기를 개발하고 납품을 통해 점차적으로 시장을 확장했다.

“물류업계의 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어기의 국산화에 도전했습니다. 그 결과 제어기를 80% 이상 국산화하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마주한 현실은 쉽지 않았지만 물류 사업은 새로운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됐죠.”

2021년 새온은 SFA라는 물류업체에 1차 벤더로 등록됐고 이후 마켓컬리와 롯데엘푸드 등 주요 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며 점진적으로 물류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기존의 외국산 제어기에 비해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갖춘 국산 제어기를 선보이며 물류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새온이 선보인 제어기는 기존 외국산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과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며 물류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80% 이상을 국산화한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현지화된 솔루션을 통해 고객들의 신뢰를 얻고 있어요. 기술적 우위와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온은 물류 시장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것입니다.”

스마트팜. ㈜새온 제공

어디 이뿐이랴. 새온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같은 미래 기술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보행이 가능한 로봇을 개발 중이다. 이는 향후 기술적 변화와 글로벌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프로젝트로 새온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이 될 게 자명하다.

“시장의 변화와 기술의 진화를 반영해 미래 지향적인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보행 가능한 로봇은 현재의 산업 및 생활 환경에 적합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요. 이 기술을 통해 로봇 기술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 위기 극복…삼인 삼색의 경영 철학
사실 김 대표이사는 처음부터 사업을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 일했던 회사에서 월급이 밀리며 상태가 악화된 후 사업을 뛰어들었다. 창립자 세 명. 이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기획, 영업, 연구개발을 맡아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어느 날 ‘이제 더 이상 월급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죠. 제일 중요한 건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면 사업을 시작해도 괜찮겠다는 믿음이었습니다. 그때의 결단이 지금의 새온을 만든 기초가 됐습니다.”

새온을 만든 세 주역 (왼쪽부터) 김진현·정세영·강석범 대표이사. ㈜새온 제공

회사의 첫 매출은 2013년 6월부터 12월까지 6000만 원을 기록했다. 그 후 매년 매출은 급증해 1억 2000만 원, 10억 원 단위로 성장했다. 기술력과 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도 이겨낼 수 있었단다.

“기도하며 매출을 올렸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고비는 항상 영업과 홍보에 있었습니다. 제품이 교육 교보재로 납품되다 보니 매뉴얼과 디자인, 수요 분석이 어려워 좌충우돌했지만 결국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결할 수 있었죠.”

◆ 목표와 비전 ‘20년 안에 IPO 준비’
새온의 목표는 단순히 성공적인 사업 운영에 그치지 않는다. 창립 당시 세 명의 대표는 20년 내에 각자 독립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새온의 모회사는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기술 특례 상장을 준비 중이다.

“새로운 온 세상이라는 새온의 이름처럼 중장기적으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고 기술력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비전을 실현하고 있어요. ‘안 해본 것은 있어도, 못 해본 것은 없다’는 신념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새온은 기술의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여정을 걸어왔다. 한 걸음씩 쌓아온 성취들은 사람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교육에서 시작된 기술은 이제 물류와 스마트팜을 넘어 더 넓은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새로운 온 세상이라는 이름처럼 새온은 기술로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