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통’ 출발합니다

중구, 내달 年 200억원 자체예산 들여 지역화폐 발행 정부 지원예산 부활속 기초단체는 해당 안돼 변수로

2025-05-01     이준섭 기자
▲ 사진=챗GPT 제작

정부의 지역화폐 지원 예산이 추경을 통해 부활했지만 대폭 축소된 가운데 대전 중구가 자체 예산으로 지역화폐 ‘중구통(通)’ 발행에 나선다. 줄어드는 정부 지원 속에서 기초지자체가 독립적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드문 사례다.

1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3조 8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는 데 합의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은 민주당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단독 반영했던 1조 원에서 6000억 원 줄어든 4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다만 기초지자체는 애초 국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중구통에 대한 직접 수혜는 어렵다. 특히 추경에서 지역화폐 관련 예산 규모가 축소되면서 대전시를 통한 간접 지원 가능성도 더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 관계자는 “현행 지침상 구가 직접 예산을 받기는 어려운 구조다. 추경이 통과되더라도 시를 통해 간접 지원될 가능성 정도만 열려 있는 상황이라 지금으로선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게 가장 솔직한 답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구는 내달부터 연 200억 원 규모의 중구통을 자체 예산으로 발행한다. QR코드와 NFC 기반의 모바일형 화폐로 전국민이 발급받을 수 있고 사용은 관내 가맹점으로 제한된다. 최대 15%의 캐시백 혜택과 월 30만 원의 이용 한도가 제공되며 구는 연매출 30억 원 이하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가맹점 1만 곳 모집을 진행 중이다.

구는 중구통을 단순한 소비 장려책이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회복이 더딘 골목상권과 자영업 기반을 회복하기 위한 지역경제 유통 실험으로 보고 있다. 환전 없이 소비를 순환시키는 인센티브 구조와 디지털 기반 운영방식은 운영비 부담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설계다. 이런 구조 덕분에 초기 단계에서 자체 예산만으로도 사업을 가동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국비 등 외부 재정의 확보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남는다.

지역 상인 A 씨는 “요즘 경기가 워낙 어려워 뭐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예전처럼 지역화폐가 사람들 발길을 조금이라도 돌려주면 기대해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중구통은 줄어드는 정부 지원 속에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경제 순환 수단을 설계하고 실행에 옮긴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실험이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시민 참여율, 가맹점 반응, 예산 지속성 등 다층적인 요소에 달려 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