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지끈지끈한 두통…의외의 원인 ‘경추 후관절 증후군’

2025-06-10     금강일보
홍진성 대전우리병원 척추관절비수술치료센터 진료원장(가정의학과전문의)

최근 만성 두통이나 반복적인 뒷머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생각하며 간단한 진통제 처방 정도를 예상하지만, 일부 환자들은 예상 밖의 진단을 받기도 한다. 바로 '경추 후관절 증후군'이다.

경추 후관절 증후군은 목 관절의 후방에 위치한 ‘후관절’이라는 구조물에 염증이나 퇴행성 변화가 발생해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목을 지지하고 움직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후관절 주변에는 신경이 밀집해 있어 이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통증이 뒷목, 어깨, 심지어는 머리까지 번지게 된다. 통증은 주로 목 뒤쪽에서 시작해 머리 뒤쪽, 앞머리, 눈 주위, 귀까지 방사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어깨나 팔까지 불편감을 느끼게 된다.

이 질환은 외상(교통사고, 낙상 등), 잘못된 자세로 인한 반복적인 자극, 또는 경추 주변 근육의 긴장과 약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 증가, 장시간 컴퓨터 작업, 수면 중 불량한 자세 등이 주요 유발 요인이다.

경추 후관절 증후군은 증상이 목 디스크와 유사해 혼동되기 쉽다. 하지만 후관절 증후군은 통증이 팔꿈치를 넘어서 손가락까지 퍼지는 경우는 드물다. 반면, 목 디스크는 디스크가 돌출되면서 신경을 눌러 손끝까지 저림이나 마비를 유발할 수 있다. 또 후관절 증후군의 경우, 목을 뒤로 젖힐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진단은 쉽지 않다. 목 디스크는 MRI로 비교적 명확히 진단할 수 있지만, 후관절 증후군은 아직 명확한 영상진단 기준이 없다. X-ray, MRI는 보조적으로 참고할 뿐이며, 임상 증상과 이학적 검사 결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후관절 증후군은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치료는 증상에 따라 단계적으로 접근하게 되는데 초기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도수치료 등이 시행된다. 그러나 증상이 심하거나 만성적으로 지속될 경우에는 ‘후관절 신경 차단술’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시술은 초음파 유도하에 문제 부위의 후관절을 담당하는 신경에 정확하게 약물을 주입해 통증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통증 부위에 특수 바늘을 이용해 근육과 신경을 자극해 염증을 완화시키는 ‘근육 신경 자극술’을 병행하기도 하며, 이러한 통증중재 치료는 단기간 내 기능 회복과 삶의 질 개선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치료 이후에는 반드시 바른 자세 유지와 자가 운동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발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대인들의 대표적인 나쁜 습관인 ‘거북목 자세’는 경추 후관절에 큰 부담을 준다. 고개를 60도 정도 앞으로 숙일 경우, 목뼈에 가해지는 하중은 약 27~30kg에 이르러 경추 구조물에 심각한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사용 시 목과 어깨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목이 뻣뻣하다고 갑자기 스트레칭을 하는 것은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대신 바른 자세를 유지하면서 가벼운 목 주변 근육 강화 운동을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좋다. 수시로 자세를 바꾸고, 책상 앞에서는 30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한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지속되는 뒷머리 통증이나 만성 두통이 있다면 단순한 스트레스나 목 디스크만이 아니라 ‘경추 후관절 증후군’도 의심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 그리고 생활 습관의 개선이 무엇보다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