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신입 우대…비수도권 인식 전환

대한상의, 상반기 채용시장 조사 연봉 미스매치 여전 315만원 차이

2025-06-24     이기준 기자

올 상반기 채용시장에서도 신입보단 경력직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인재에 대한 투자보단 곧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이 급한 기업의 상황이 반영돼 있다.

2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상반기 채용시장 특징과 시시점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상의가 민간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상반기 채용공고를 분석해 보니 14만 4181건의 채용공고 중 경력 채용만을 원하는 기업은 전체의 82%였고 신입 또는 경력을 원하는 기업은 15.4%였다. 반면 순수하게 신입직원만을 채용하는 기업은 전체의 2.6% 수준이었다. 대졸 청년 구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응답자의 53.9%가 ‘경력 중심의 채용’을 취업진입장벽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33.5%는 ‘인사 적체로 신규채용 여력의 감소’를 꼽았고 ‘AI 등 자동화로 인한 고용 규모 축소’라는 응답도 26.5%로 조사(복수응답)됐다. 기업은 실전에 바로 투입할 인력을 원하고 이에 따라 대졸 청년 구직자들은 직무를 쌓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거다.

대한상의는 “새로운 국제질서, AI 폭풍 등 변화의 방향과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기업들의 채용도 공개채용보다는 수시로, 신입보다는 중고신입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구직자의 노동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서는 인턴 확대, 학점 인정 연계형 현장실습 확대, 직무 기반 실무훈련 중심의 교육과정 개편 등을 통해 재학 중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비수도권 취업에 대한 인식 변화 조짐도 감지된다. 수도권 거주 신규 구직자의 63.4%는 “좋은 일자리가 전제된다면 비수도권에서도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비수도권 취업을 위한 조건(복수응답)으론 높은 급여 수준(78.9%), 양질의 복지제도(57.1%), 워라밸 실현(55.8%), 고용안정(42.5%), 커리어·직무역량 개발(29.1%)등이 뒤를 이었다.

윤정혜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은 “청년들의 비수도권 취업의향은 수도권 취업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지방취업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다소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새 정부가 지역대표 전략산업 육성을 지역경제 공약으로 밝힌 가운데 이러한 추세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연봉 미스매치는 여전하다. 상반기 대졸 청년 구직자의 희망 연봉은 평균 4023만 원으로 집계됐는데 신입을 원하는 구인기업 채용공고상 평균 연봉 수준은 3708만 원으로 315만 원의 차이가 난다. 신규 구직시장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더 큰 기업 일자리에 대한 선호는 여전했다. 응답자의 62.2%는 “중견기업(33.8%)과 대기업(28.4%) 취업을 희망한다”고 답한 반면 “중소기업(11.4%)이나 벤처 스타트업(3.5%) 취업을 원한다”는 응답은 14.9%에 불과했다.

대한상의는 “연봉·복지·근무환경 등 채용정보를 데이터 기반으로 제공하는 사용자 맞춤 채용정보 플랫폼 내실화”를 강조했다. 이는 구직자의 직무 선택과 기업의 채용 효율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