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B·T·S’ 산업 호조세 전망
바이오·반도체·조선 분야 ‘대체로 맑음’ 철강·자동차·석유화학·배터리 등 먹구름
올해 하반기 우리 산업은 바이오(Bio), 테크(Tech), 조선(Shipbuilding) 업종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견인될 전망이다. 철강·자동차·석유화학·배터리·섬유패션·기계·건설 분야에는 먹구름이 잔뜩 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단체와 2025년 하반기 산업기상 전망을 조사한 결과다.
우선 반도체 산업은 국가별 AI 인프라 구축 경쟁과 빅테크 중심의 AI 서버 투자 지속에 따라 HBM 등의 견조한 수출이 예상된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신규 IT기기 출시도 반도체 수요 증가의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부과 예고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과 국가 간 반도체 첨단기술 확보 경쟁 등은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도 마찬가지다. AI용 저전력 디스플레이(LTPO)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 출시로 하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105억 달러로 전망된다. LTPO는 일반 OLED 패널보다 단가가 약 2.5~3배 가량 높아 수출 실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LCD는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하반기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과 제약바이오는 ‘트럼프 수혜 분야’로 꼽힌다. 조선의 경우 미국 LNG프로젝트를 통한 LNG선 추가 발주 기대감과 새 정부 공약인 조선업 미래발전 5대 전략(스마트 미래선박 시장 선점 등)에 따른 글로벌 경쟁력 확보 가능성을 호재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트럼프발 화석연료 개발 활성화 정책에 따라 다수의 LNG프로젝트가 검토 중으로 향후 프로젝트 개발로 105척의 LNG선이 추가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조선업 재건 의지 표명, 미 의회의 존스법 폐지법안 발의 등 타국과의 협력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점도 긍정요인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상반기 대규모 수주계약체결 등으로 바이오의약품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6% 증가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미국의 약가 인하 정책과 미·EU·캐나다의 바이오시밀러 허가완화 정책 추진 등으로 바이오시밀러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생물보안법(특정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 제한) 재추진 또한 위탁생산 분야에 호재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공약인 ‘바이오 특화 펀드’에 대한 기대감도 바탕에 깔려 있다. 다만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 조치 가능성은 변수다.
철강업종은 대미 수출 여건 악화, 중국발 저가공세, 전방산업의 침체 장기화 등으로 수출, 내수 시장 모두 부진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철강제품 50% 관세 부과에 따라 대미 수출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대체 시장인 아세안 시장에서도 중국발 저가공세로 인해 고전 중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철강재 생산은 매년 하락해 올 상반기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까지 하락했다. 자동차 업종도 암울하다. 관세 영향 본격화로 미 신차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요가 감소하고 현지 신공장 가동에 따른 영향도 더해져 하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한 124만 3000대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하반기 내수는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금리 인하 및 신차출시 효과에 따라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업종은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인한 경쟁 심화로 수출 규모가 4.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성 지표인 2025년 1~5월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219달러를 기록하는 등 2022년 이후 계속해서 손익분기점(250~300달러/톤)을 하회하고 있다. 다만, 신정부 경기부양책과 함께 전방산업 여건이 개선돼 하반기 내수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산업은 중국발 저가 배터리 공급 과잉에 따른 글로벌 점유율 하락이 가장 큰 하방 리스크로 지목된다. 특히 올해 EU시장에서는 중국 배터리 점유율이 60%를 넘기며 한국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는 정부예산 조정법안이 발효될 경우 중국기업의 미국 수출, 투자 및 기술이전 계약 등이 어렵게 돼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