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중심축서 멀어진 충청…대응 전략 재점검 시급
해수부 이전에 행정수도 완성도 위기 대통령 집무실 설치 후순위 배치 잇단 홀대론에 반대 구호만 외쳐 기능 중심 전략적 설계 이뤄져야
<속보>=국가균형발전 전략의 중심축이었던 충청권이 정책 테이블 바깥에 서 있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이어진 과학기술 분야 연구기관 이전 시도,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 설치의 후순위 배치까지 기능 이전 결정이 통보 형식으로 반복되면서 지역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본보 6월 25일자 4면 등 보도>
문제는 대응의 구조다. 반발은 있었지만 전략이 없었다. ‘기능 없는 분노’만 반복됐다. 반대 성명, 건의안, 기자회견은 익숙한 대응이지만 정책 설계에 실질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는 여전하다. 균형발전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완성되는 과제라는 점에서 충청권이 다시 중심축이 되려면 총체적 재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핵심은 역할 정의다. ‘무엇을 반대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맡을 것인가’를 설계하지 않으면 충청권은 전략적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기관 이전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려면 ‘왜 이 기능이 필요한가’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선행돼야 한다. 장기적 비전 없는 단기 유치 경쟁은 지역 간 갈등만 키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기능 중심 전략으로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각 지역이 국가전략 속에서 어떤 기능을 맡을 수 있을지를 먼저 설계하고 제안해야만 실질적 균형발전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균형발전전략이 정권마다 흔들리지 않도록 법·제도적 장치 마련은 필수 조건이다. 지금까지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 설치,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 논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번복돼 왔다. 세종시 행정수도완성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 등을 통해 국가정책총괄 기능의 법제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은 “균형발전의 큰 그림 없이 정치적 힘에 따라 기관 이전을 추진할 경우, 지역 간 갈등과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 정책은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을 바탕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충청권 내부 대응 전략의 재점검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단순한 협력 구조 강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서다. 특히 정책 설계 권한이 없는 지역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약속 이행을 관철시키기 위한 시민 여론과 정치적 압박이다. 지금 필요한 건 설계권을 요구할 수 있는 전략과 논리다. 최호택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약속한 사안을 이행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은 해법을 말하기보단 ‘약속을 지키라’는 목소리를 더 강하게 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금처럼 개별 기관 이전을 앞세우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