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도시를 만드는 사람들: 대전 유망 중소기업 이야기] 기술로 세계로… ㈜스몰랩

마이크로니들 가능성 내다본 이정규 대표 스몰랩 설립 후 기술에 집중하며 이름 알려 세계 진출 앞두고 규제 인증 부서까지 신설 美 FDA OTC 등록…세계시장 본격 노크 시작

2025-06-29     김현호 기자

기업의 핵심은 기술이다. 기술로 평가받고 기술로 수익을 창출한다. 그렇기에 경영의 세계에서 기술이란 무기가 가진 장점은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기술 하나로만 성공하는 건 아니다. 기술이 훌륭해도 적자생존의 정글이란 경영의 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기업이 상당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은 기술과 함께 성장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많은 걸 투자한다. 기업의 기술력은 CEO가 주도할 수 있지만 경영은 CEO만으로 해결할 수 없어서다. ㈜스몰랩이 대표적이다. 이정규(59) 대표이사의 기술력과 그가 구축한 시스템을 통해 직원의 역량이 모아져 스몰랩은 이제 세계시장까지 두드리는 기업이 됐다.

◆시장 비전을 꿰뚫는 눈

크게 다쳐 장기간 입원하게 되면 신체 중 가장 빨리 변화하는 건 혈관이다. 각종 수액 등을 맞기 위해 24시간 혈관에 주삿바늘을 꽂아야 해서 소위 혈관이 숨어버리는 경우가 쉽게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주사를 다시 꽂아야 하는 의료진은 혈관을 찾기 힘들고 계속해서 여러 군데를 찔려야 하는 환자 입장도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그래서 과학계는 주삿바늘 대신 통증이 전혀 없는 물체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주목받은 게 바로 ‘마이크로니들’이다. 마이크로 크기의 아주 작은 니들이 표면에 붙어있는 패치로 니들 안에는 피부에 전달될 유효 성분이 들어있다. 스티커 붙이듯 니들이 있는 면이 피부에 닿도록 부착하면 패치 안에서 유효 성분이 몸으로 퍼지게 된다. 마이크로니들 가능성과 시장의 비전, 이 대표는 여기에 집중했다. 기존 화장품 및 피부 미용 시장에서 마이크로니들이 단순한 패치 제품으로 소비되는 데 그치지 않고 의약, 미용,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플랫폼 기술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실제 마이크로니들은 주사기 대용품으로 개발됐지만 유효 성분을 표피 아래 진피층까지 곧바로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현재 피부 미용 쪽에서 더 각광받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15년 4억 7000만 달러(5279억 원) 규모였던 세계 마이크로니들 시장 규모는 2019년 6억 2160만 달러(6916억 원)로 커졌고 오는 2030년에는 12억 390만 달러(1조 352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 대표의 눈이 정확했다. 그렇기에 마이크로니들을 제조할 수 있는 전문적인 양산 기반과 규제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그는 스몰랩을 설립하게 됐다.

◆美 FDA도 인정한 기술력

화학을 공부하는 등 전통적인 공대생이었던 이 대표의 기술력은 금세 마이크로니들의 구현에 다가섰다. 마이크로니들은 정밀한 성형 기술, 균일한 품질, 피부 투과력, 안전성 검증, 그리고 글로벌 인증 요건까지 종합적인 역량이 필요한 만큼 절대 쉬운 게 아니고 실제 마이크로니들을 개발하다 포기한 기업도 많았다. 그러나 이 대표와 스몰랩의 기술력은 해냈다. 특히 이 대표는 마이크로니들 개발에 필요한 것들을 자체적으로 갖추기 위해 초기부터 성형 공정 자동화, 금형설계 기술, 포장 시스템, 품질관리 프로토콜 등을 직접 개발하며 기반을 다졌다. 그래서 이 대표는 지금도 자부한다. 스몰랩의 강점은 기술력 기반의 제조와 글로벌 품질 시스템이라고. 그래서 해외시장으로의 진출 시도가 힘들긴 했지만 다른 중소기업에 비하면 그리 고생하진 않았단다. 그렇게 스몰랩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과 기술 경쟁에 뛰어들게 됐다. 그러나 하늘 위에 하늘, 즉 천외천(天外天)은 존재했다. 국내에서 기술 1등을 인정받으며 세계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기술은 물론 자본, 네트워킹 등을 두루 갖춘 공룡대기업이 상당했다. 스몰랩은 불확실한 규제환경과 글로벌 시장 진입장벽이란 리스크에 막히고 만다. 마이크로니들은 국가별로 화장품, 의약외품, 의료기기 등으로 분류가 다르기 때문에 시장을 공략하는 데 드는 비용과 노력이 상당했다. 실제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안전하고 유효성이 입증된 의약품(OTC) 등록을 미국에서 준비하면서도 GMP 기준 적합성, 원료 안정성 자료, 성형 공정 데이터 등 수많은 조건을 충족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리스크는 오히려 이 대표의 오기를 건드렸다. 철저한 ‘기술장이’는 세계의 벽을 뛰어넘어 보겠단 것이었다.

“GMP 중심의 공정 표준화, 제품기획 단계부터 규제 요건을 고려한 설계 등에 집중했어요. 또 어떤 국가에 진출할 때마다 대응 방법이 달랐기에 내부에 인증 대응 부서를 만들었고 외부 자문 시스템까지 도입했어요. 세계시장에 진입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결국 고객사와의 신뢰 유지, 내부 오류 예방에도 효과를 보게 됐죠.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 효과죠. 이 같은 노력 끝에 지난해 미국 FDA GMP 인증을 완료했어요. 해외 진출을 위한 품질 신뢰도와 시스템적 대응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죠. 빠른 시제품 제작 능력, 내부 연구개발 인력 비중까지 여기에 고객 맞춤형 개발 대응까지 스몰랩의 장점이라 자부합니다.”

◆세계시장 이끌 힘

스몰랩은 계속해서 세계시장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니들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능성 스킨케어 및 헬스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째도 둘째도 목표는 세계시장에서 스몰랩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미국 OTC 시장의 문을 두드렸고 일본, 동남아, 유럽 시장으로 수출 채널을 다양화하고 있다. 현지 유통사와의 파트너십 및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올해는 본격적으로 스몰랩이란 이름을 세계에 알릴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항상 전제할 건 있다. 이 대표가 계속 강조하는 기술 고도화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생산과 경영 시스템을 구축, 마이크로니들 시장에서 스몰랩의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제 막 세계로의 진출을 본격화하는 만큼 이 대표는 경영을 꿈꾸는 젊은이에게 늘 강조한다. 창업이란 단순히 사업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책임의 범위가 넓어지는 선택이라고. 제품, 직원, 고객, 시장 그리고 사회에 대한 책임까지 스스로 짊어져야 하는, 어쩌면 가혹한 길이다. 그렇기에 철저한 분업과 협업이 중요하다고 한다. 스몰랩이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된 건 자신만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고 겸손해 하면서다.

“진짜 힘든 여정입니다. 예측하지 못한 변수에 당황하고 모든 결정이 불안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내가 왜 이 길을 가고 있는지’를 생각하세요. 혼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를 믿는 가족, 그리고 동료. 절대 이 힘든 길을 혼자 가지 마세요. 창업자가 다 할 순 없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동료, 공유할 수 있는 가치관, 투명한 소통이 결국 회사를 성장시키는 진짜 자산이 됩니다. 스몰랩도 그런 길을 묵묵하게 걸어갈 뿐이죠.”

이 대표가 만드는 이정표는 이제 막 세계시장으로 향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그는 스몰랩을 설립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만의 이정표를 만들고 묵묵하게 걸었다. 물론 앞으로의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대표는 분명 자신만만하다. 그럴 능력을 갖췄고, 또 스몰랩을 지탱하는 직원과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