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루벌 환경지킴이 파충류카페 박종연 대표
대전 서구 흑석동에 위치했으며 노루의 엉덩이를 닮았다고 해 붙여진 지명인 ‘노루벌’. 누구나 이곳을 바라보면 입을 다물지 못한다. 빵과 꿈돌이에 가려졌지만 대전 최고의 콘텐츠라 할 수 있다. 훌륭한 경관에 산림청은 지방정원 조성 예정지로 지정했다. 천혜의 콘텐츠를 지닌 만큼 이곳에선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성지로 거듭날 잠재력을 가졌고 잠재력을 눈여겨 본 노루벌 파충류 카페 박종연 대표(36)는 노루벌 환경 지킴이를 자처한다.
◆도심 옆 파충류 세계
가수원네거리에서 장태산휴양림 방향으로 추모공원을 거쳐 3.4㎞를 이동하거나 호남선 철교가 지나는 괴곡교 밑으로 성보안 유원지 길을 달리면 노루벌 전경이 펼쳐지고 곧바로 현대식 2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커피나 음료 한잔의 여유 속에 도심 생태보물인 천혜의 노루벌 자연 풍경을 감상하며 다양한 파충류를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파충류 카페다. 푸른 잔디 위의 건물 1층 매점에 들어서면 손가락 크기의 앙증맞은 크레스티드게코 도마뱀 사육 코너와 나만의 정원꾸미기인 테라리움 작품이 손님들을 반기고 2층 공간은 파충류 전용 전시체험 및 학습장으로 조성됐다. 목 주위에 가시 같은 비늘이 마치 용의 수염같다고 해 붙여진 비어디드드래곤(턱수염도마뱀), 부드럽고 시원한 감촉으로 둥글게 똬리를 틀고 앉아있는 볼 파이톤(공비단뱀), 카멜레온 등 총 30여종 200여 개체의 다양한 파충류가 반려동물 또는 애완동물로서 인간과 교감을 나누며 서식하고 있다.
한 코너에는 최대 1.5m까지 자라는 대형도마뱀 아르헨티나 테구(블랙&화이트)가 먹이를 찾아 긴 혀를 날름거리고 채소를 열심히 뜯어 먹는 레오파드 육지거북, 모래 위에서 물고기처럼 헤엄치는 소형도마뱀 샌드피쉬 등도 만나볼 수 있다. 모두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은 아니지만 이곳에선 서울에서 김 씨 찾기처럼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가족단위 방문객에 큰 인기를 끈다. 음료나 커피를 마시는 단순한 카페가 아닌 그야말로 파충류 체험학습장이 된 셈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파충류 카페를 운영하는 박 대표의 이력을 보면 이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공대 석사 출신 자동차엔진 연구원이던 박 대표는 친환경 전기차 시대에 더 이상의 내연기관차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 1년 전 직장을 정리하고 자신의 취미생활이었던 애완 파충류와 함께 ‘즐거운 일터 만들기’를 실행에 옮겼다. 자신이 10여 년 동안 정성껏 키워왔던 파충류를 이전, 전시하고 어린 학생에게 파충류의 습성과 사육방법에 대해 설명해주곤 했는데 카페 방문 학부모님들과 이웃 주말농장 지인들의 요구가 잇따라 전문 파충류 체험학습장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파충류는 척추동물의 한 종류로 피부는 각질의 표피로 덥여 있고 폐호흡을 하며 주변환경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로 남극을 제외한 전 세계에 분포하고 있는데 온도, 습도 등 기후변화에 매우 민감합니다. 따라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삶은 생물 종의 다양성을 지키고 자연을 보전하며 친환경적으로 가꾸는 길 뿐이죠.”
파충류하면 쉽게 뱀을 떠올리고 혐오감을 갖는 이들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모두들 사랑스럽다. 이들의 매력에 푹 빠진 전국 회원 27만여 명에 달하는 ‘파사모(파충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에게 이미 박 대표는 ‘노루벌 박 박사’로 통한다.
“안면 근육이 발달하지 않아 무뚝뚝해 보이고 지능이 낮아 사람과의 교감이 어려울 것처럼 생각되지만 이건 편견과 오해예요. 파충류 중에서 지능과 전투력 모두 최상위권인 악어나 대형 도마뱀류의 경우 문제해결력, 기억력 등 지능 관련 영역에서 대부분의 포유류를 능가하는 수준이고 종에 따라 충분히 높은 수준의 사고와 감정적 교감을 나눌 수 있어요.”
◆‘박 박사’의 꿈
노루벌 손님 챙기랴, 애완 파충류 키우랴, 노루벌 환경까지 지키랴, 정신없는 박 대표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바로 어린이를 위한 체계적인 자연학습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이다. 파충류의 세계와 기후변화, 자연과 동물계, 노루벌 환경 지키기란 주제로 대전시나 대전시교육청, 어린이집, 지역사회 등과 연계해 정기적인 체험학습, 생태탐방을 진행한다는 게 박 대표의 올해 하반기 계획이다. 아울러 테라리움, 비바리움 등 나만의 생태정원 꾸미기 체험 등 궁극적으로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생명에 대한 생태감수성을 높이는 것 또한 그의 과제 중 하나다.
“관람객, 체험객이 꾸준히 찾는 생태명소가 돼야 국가정원 지정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어요. 노루벌이 순천만처럼 전국적 명소가 되는데 적극 홍보하고 가꿔 나가고 싶죠.”
박 대표가 지키고 싶은 노루벌은 국가정원 조성사업과 함께 호남선 고속화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곳이다. 어느 때보다도 생태환경의 전국적 명소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박 대표 같은 청년이 있어 대전은 일류도시로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