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뒤에 숨겨진 위협… 보디빌더, 심장 급사 위험 14배 높다
보디빌딩이 외형적 건강함과 달리, 실제로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고위험 스포츠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파도바대학교를 포함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지난 2005년부터 2020년까지 국제보디빌딩피트니스연맹(IFBB) 대회에 참가한 남성 보디빌더 20,286명을 대상으로 2023년까지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치명적인 심장 관련 사건이 상당히 높은 비율로 발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팀은 15년간 진행된 총 730개 IFBB 공식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생존 여부를 다양한 언어로 조사했으며, 공식 보도자료와 소셜미디어, 전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사망 사례를 확인했다.
조사 기간 동안 총 121명의 선수가 사망했으며, 이 중 46명(38%)은 급성 심장사로 숨졌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42.2세로,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 사망한 셈이다. 특히, 활동 중인 보디빌더의 급성 심장사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약 33건으로, 타 종목 선수들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었다.
프로 선수와 아마추어 선수 사이에도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전반적인 사망 위험은 프로 보디빌더가 아마추어보다 5.23배 높았고, 급성 심장사만 놓고 보면 무려 14배 이상 더 높았다. 일부 선수는 경기 도중 또는 직후(수 시간~1주일 이내)에 사망했는데, 이는 대회 준비 과정에서의 급격한 체중 감량, 탈수, 약물 사용 등이 원인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부검이 가능했던 5명의 사례 중 4명에게서는 좌심실 비대 및 심장 비대가 발견됐다. 좌심실 비대는 심장이 과도한 부담을 받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이들 중 2명은 관상동맥 질환도 함께 있었으며, 독성학 분석이 가능했던 5명 중 3명에게서는 근육 강화 스테로이드 사용이 확인됐다.
연구를 주도한 마르코 베키아토(Marco Vecchiato)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보디빌딩계와 의료계가 더 안전한 스포츠 참여를 위한 예방 조치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며 “특히 프로 보디빌더들의 급성 심장사 위험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체계적인 의학 검진과 도핑 관리 강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25년 5월,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에 ‘남성 보디빌딩 선수들의 사망률(Mortality in male bodybuilding athletes)’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