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토지대장 한글화 행정 효율성 높였다
충남도 디지털 구축사업 성과보여 상반기 활용만 3.3만건 이상 기록 민원처리 속도·접근성 향상 효과
<속보>=충남도가 전국 최초로 추진한 옛 토지대장 한글화 디지털 구축사업이 도민의 재산권 보호와 행정 효율성 향상에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식 한자 표기로 남아 있던 토지대장을 한글로 정비하자 조상 땅 찾기나 소송 등에서 민원인의 접근성과 활용도가 대폭 높아졌다는 평가다. <본보 5월 19일자 1면 보도>
10일 충남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옛 토지대장 디지털자료 활용 건수는 3만 3542건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4만 967건)의 절반을 훌쩍 넘겼다. 이 가운데 등기 촉탁(9213건), 민원 발급(3284건), 조상 땅 찾기(2708건) 등 민원 처리 목적이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 나머지 1만 8337건은 지적공부 오류 조사 등 행정업무에 사용됐다. 특히 민원 처리 분야는 이미 지난해 전체 실적을 초과했다.
그동안 대부분의 지자체는 현재 사용 중인 토지대장을 전산화해 한글로 발급하고 있지만 과거 기록이 필요한 조상 땅 소송이나 경계 분쟁 등에선 여전히 ‘구(舊)대장’이라 불리는 원본 토지대장이 문제로 남아 있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이 문서들은 일본식 연호, 창씨명, 일본어 조사, 한자 지명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민원인이 내용을 해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민원실 공무원들도 반복적인 업무 불편을 겪어왔다.
구대장은 단순한 과거 문서가 아니다. 실제 법적 판단의 기준으로 지금도 사용되기 때문에 내용이 과거에 멈춰있으면 시민의 권리 접근 자체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민원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수작업으로 꺼내야 했던 구대장은 접근성, 판독성, 행정 활용도 모두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충남도는 2021년부터 3년간 연차 사업으로 일제강점기 작성된 313만 6000장의 옛 토지대장을 스캔해 디지털화하고 연혁과 소유자 정보 등을 한글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노후화된 기록을 정비하고 일본식 표현도 함께 정리해, 민원인의 직접 활용이 가능한 체계를 마련했다.
그 결과 행정 처리 기간은 평균 2일에서 0.5일로 단축됐고 법률·행정 증거자료로의 활용도 크게 높아졌다. 조상 땅 찾기, 등기 신청, 행정소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글로 정비된 디지털 대장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임택빈 토지관리과장은 “옛 토지대장 한글화 디지털 구축사업은 단순한 기록물 정리를 넘어 일제 잔재를 걷어내고 도민 권리 보호 기반을 확대한 행정 혁신의 대표 사례다. 누구나 쉽게 기록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