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이후 ‘찜통더위’…버티기 힘든 수재민들

기록적 폭우 뒤 폭염 예고 서산에 시간당 115㎜ 집중호우 충청 곳곳 산사태·침수 직격탄 수해 상처 아물지도 않았는데 이번주부터 푹푹찌는 더위 기승

2025-07-20     이준섭 기자
▲ 17일 오후 호우특보가 내려진 충남 공주시 사곡면에서 한 도로가 무너져 내렸고 전봇대가 위태롭게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충청권에 사흘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피해도 적잖다. 시간당 100㎜를 넘는 집중호우가 도심과 농촌을 가리지 않고 마을과 도로를 삼켰다. 사망·실종을 포함한 인명 사고와 교통 마비, 학교 휴업, 산사태와 마을 고립 등 연쇄 피해가 이어졌다. 19일 호우특보가 해제되며 복구는 시작됐지만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속도는 더디다. 정부와 지자체는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논의하고 응급 예산 지원에 착수했지만 복구보다 먼저 다가온 건 또 다른 기상 악재다. 비가 그치자 다시 무더위가 찾아오면서다.

◆충청권 덮친 기록적 폭우
충청권 전역에 내려졌던 호우특보가 19일 오후 4시를 기해 모두 해제됐다. 16일부터 19일까지 사흘 간 쏟아진 폭우는 충청권, 그중에서도 충남을 중심으로 집중됐는데 일부 지역에선 시간당 100㎜가 넘는 극한의 비로 광범위한 피해가 남았다.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16일부터 19일까지 누적 강수량은 서산 573.8㎜, 서천 469.5㎜, 홍성 460.4㎜, 청양 400㎜, 공주 393㎜, 당진 390.5㎜, 태안 385.5㎜, 천안 377.6㎜, 아산 372㎜, 부여 368.3㎜, 예산 337.5㎜, 보령 267.5㎜, 대전 267㎜, 계룡 258.5㎜, 금산 200.7㎜, 논산 154.5㎜ 등이다. 특히 서산은 17일 새벽 1시 46분부터 단 1시간 동안 114.9㎜의 폭우가 집중, 1968년 기상 관측 이래 7월 기준 시간당 강수량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집중호우로 인한 충청권의 인명 피해도 적잖았다.

서산에서는 농로 주변이 침수되면서 차량이 고립돼 2명이 숨졌고 당진에서는 침수된 건물 지하에서 1명이 익사했다. 세종에서는 급류에 휩쓸려 사람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현재까지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세종 인명피해의 경우 사고 발생 전 경찰의 귀가 조치 등 좀 더 세심한 조치가 이뤄졌다면 피할 수 있었던 인재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일상도, 길도 끊겼다
교육·교통 분야도 집중호우의 직격탄을 맞았다. 피해가 집중된 충남은 18일 초·중·고 247개교가 학사 일정을 조정했고 이 중 29개교는 휴업했다. 59개교는 등교 시간을 늦췄다. 156개교에선 단축수업, 3개교에선 원격수업이 실시됐다. 학사 일정뿐 아니라 교통망도 차질을 빚었다.

경부선(서울~대전), 장항선(천안~익산), 서해선(홍성~서화), 충북선(오송~제천) 구간의 일반열차 운행이 중단됐다가 19일 오전 10시부터 순차적으로 재개됐고 청주국제공항에서는 항공편이 결항되거나 지연되기도 했다. 내륙 산간과 농촌 지역에서는 산사태와 마을 고립이 잇따랐다. 청양에서는 산사태로 주민 2명이 매몰됐다가 구조됐고 공주에서는 배수로 정비 중이던 주민 등 3명이 갑자기 밀려든 토사에 매몰돼 중경상을 입었다. 예산에선 전기와 수도, 도로가 모두 끊긴 채 고립되거나 하천 범람으로 주택과 농지가 침수되는 등 극한 호우 피해가 이어졌다.

◆고립과 복구…대응 시작
주말 사이 비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면서 호우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복구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예산군 삽교읍 평촌리와 서산시 부춘동 등 침수 피해 지역에서는 주민, 자원봉사자, 공무원, 군·경 인력 등이 복구에 손을 뻗고 나서면서다. 다만 복구 상황이 녹록진 않다. 진흙을 퍼내고 젖은 가전과 가구를 정리하는 일부터 폐기물 수거와 도로 정비까지 대부분의 작업은 현재까지 사람 손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직 대형 장비가 충분히 투입될 여건이 되지 못해서다. 복구 시작과 함께 정치권에선 특별재난지역 지정 등 지원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알단 충남도에 재난안전관리 특별교부세 25억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하는 등 응급 복구 지원에 착수했다. 지원금은 피해시설 응급복구, 이재민 구호, 2차 피해 방지 등에 사용되며 정부는 피해 규모가 추가로 확인될 경우 예산 확대도 검토할 방침이고 충남도는 예산 성립 전 사용 제도를 활용, 예산을 신속히 집행할 계획이다.

◆장마 끝나니 폭염
기록적인 물 폭탄의 충격이 채 마르기도 전에 이번엔 폭염이 찾아온다. 20일 비가 그치면서 중부지역 장마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다. 앞서 기상청은 지난달 26일 제주, 이달 1일 남부지방 장마 종료를 선언했다. 장마가 끝난 후에는 폭염이 이어질 전망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이 다시 세력을 확장하면서 한반도 전역에 고온다습한 공기를 유입시켜 폭염특보와 열대야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기상청의 예측이다. 이에 따라 이번 주 초부터 30도 중반을 넘는 무더위가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21일과 22일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은 29~34도 사이를 오르내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 야외 활동과 외출은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식중독 예방을 위한 음식 위생 관리도 철저히 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