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중-여준석 '황금세대' 선봉, 한국 남자 농구 아시아컵 전승 청신호
해외파 듀오 이현중과 여준석이 한국 농구 인기의 불을 지피고 있다.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이 '2025 FIBA 아시아컵'을 앞두고 치러진 국내 평가전 4경기를 전승으로 장식하며 '황금세대'의 서막을 힘차게 열어젖혔다. 특히 해외파 에이스 듀오인 이현중(일라와라)과 여준석(시애틀대)의 압도적인 활약이 빛나면서 한국 농구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대표팀은 지난 11일과 13일 일본, 18일과 20일 카타르를 상대로 펼쳐진 4번의 평가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다음 달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릴 아시아컵 본선에 대한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특히 이번 평가전의 가장 큰 수확은 단연 이현중과 여준석의 동반 활약이었다.
2000년생 이현중과 2002년생 여준석은 한국 농구의 '역대급 재능'으로 불리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지난 2021년 아시아컵 예선에서 함께 대표팀에 승선한 이후 각자의 사정으로 엇갈리다 4년 만에 다시 뭉친 이들은 이번 4경기를 통해 대표팀의 전면에 나서며 새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이들은 평가전 내내 핵심 자원으로 활약하며 공수에서 활기를 불어넣었다. 일본과의 1차전부터 이현중이 25점 6리바운드, 여준석이 18점 6리바운드로 승리를 이끌었고, 2차전에서도 이현중(19점 12리바운드)과 여준석(15점 9리바운드)이 연승에 앞장섰다.
카타르를 상대로도 지난 18일 1차전에서 이현중이 20점 10리바운드, 여준석이 16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동반 활약을 이어갔다. 그리고 20일 카타르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는 여준석이 팀 내 최다 24점에 5리바운드, 이현중이 21점 12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총 45점을 합작,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특히 이날 여준석은 화려한 덩크를 여러 차례 꽂아 넣으며 쇼맨십으로 경기장 열기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수치로 드러나는 경기력 외에도 이들의 남다른 파이팅과 활기 넘치는 모습은 대표팀에 큰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안준호 감독은 이번 4연전에서 선수들의 '태도'가 돋보였다며 이현중에 대해 "팀에서 가장 동료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박수도 가장 많이 친다. 허슬 플레이도 다 해주고 동료가 넘어지면 가장 먼저 달려간다"면서 "선수로의 기능도 좋지만, 외적인 면에서도 빛나 높은 가치를 지닌 선수"라고 극찬했다.
여준석에 대해서도 "막내니까 실수도 많이 해야 한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고쳐나가길 바란다. 다듬으면 큰 선수가 될 것"이라고 격려하며, 특히 이날 보여준 'NBA급' 앨리웁 덩크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국 농구는 지난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7위, 지난해 파리올림픽 출전권 불발 등 침체기를 겪어왔다. 이에 안준호 감독은 팬들의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허웅, 허훈, 최준용 등 기존 주축 선수들 대신 이현중, 여준석, 양준석 등 '젊은 피'를 과감히 중용하며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그리고 그의 결단은 이번 평가전에서 제대로 통했다는 평가다. 아시아 정상급 장신 센터나 귀화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이현중-여준석이 이끄는 외곽포와 활력이 팀을 압도적으로 이끌었다.
감독의 깊은 신임과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된 두 선수지만, 아직 부족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현중은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았다. 저희가 어떤 농구를 해야 할지 알아가는 단계였다"며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했다. 여준석 역시 "1∼2쿼터에 수비 로테이션을 많이 놓치고 일대일도 많이 뚫렸다. 개선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황금 세대'라는 수식어에 대해 여준석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아직 성과를 낸 것이 없기에 앞으로 이뤄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그 시작이 8월(아시아컵)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굳은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오는 8월 5일부터 17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2025 FIBA 아시아컵 '죽음의 A조'에서 호주, 레바논, 카타르와 맞붙게 된다. 이번 평가전을 통해 조직력을 더욱 다듬고, 해외파 듀오의 활약 속에 한국 농구가 침체기를 벗어나 새로운 전설을 써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