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의 힐링여행2] 266. 투즈괼 소금호수
앙카라에서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내륙의 카파도키아(Cappadocia)로 가는 도중에 소금호수 투즈괼(Tuz Gőlȕ)을 들렀다. 소금호수는 앙카라에서 약 150㎞ 떨어진 고속도로휴게소 주변인데, 튀르키예어로 ‘투즈’는 소금이고. ‘괼’은 호수라는 의미다. 아나톨리아 지방은 지중해. 마라 말라 해. 흑해 등으로 둘러싸인 반도였으나, 지각변동으로 융기되어 호수가 된 지역이 많다. 또, 아시아 지역은 지질 구조상 암염(巖鹽)이 적어서 대개 바닷물을 말려서 소금을 만들었지만, 유럽은 암염이 많아서 소금호수도 많다.
투즈괼은 튀르키예에서 남북 80㎞, 동서 48㎞로서 제주도(1847㎢) 면적의 4분의 3이나 되는 1665㎢로서 튀르키예의 동남쪽 지방에 있는 반(Van) 호수에 이어 두 번째 큰 소금호수라고 한다. 그렇지만, 흘러 나가는 출구가 없어서 침전된 염분은 세계에서 가장 함유량이 높은 34%나 되고, 튀르키예 전국 소금 생산량의 64%를 차지한다고 한다. 튀르키예에서 앙카라 동남쪽에 있는 반(Van) 주도(州都)인 반 근교에 있는 반 소금호수로서 제주도 면적의 두 배가 넘는 3775㎢인데, 수심은 평균 171m이다. 호수에는 4개의 작은 섬도 있는데, 그중 두 번째 큰 아크다마르 섬(Akdamar Island)은 중세 아르메니아 시대의 아크다마르 교회와 아르메니아 문화를 엿볼 수 있어서 유명하다. 반은 기원전 860년경 '우라르투(Urartu) 왕국'의 마지막 수도인 투슈파(Tushpa)로서 철제 무기와 설형문자를 사용하면서 아르메니아 고원을 지배했으나, 아시리아와 잦은 전쟁과 내부 갈등으로 기원전 700년 메디아(Media)에 멸망했다.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무기질인 소금은 천일염이나 암염은 불순물이 많아서 결정체(結晶體)가 불규칙하고 색상도 다양하지만, 근래에는 불순물을 제거한 구운 소금이나 죽염 등 정제된 고순도의 소금을 식용으로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고산지대인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깊숙한 산골 마을인 할슈타트(Hallstatt)는 BC 2000년경 세계 최초로 소금 광산(Salzwelten)이었으며, 1965년 제작된 뮤지컬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으로 소개되기도 했는데,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세계 최초의 소금 광산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로 1997년 마을 전체가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소금은 중세 문예부흥기에도 황금보다 귀하게 여겨서 ‘회색 황금’으로 불리며, 소금으로 월급을 주어서 오늘날 월급(salary)의 유래가 되기도 했다. 또, 중국에서도 소금 전매를 위반하고 몰래 팔던 소금 상인을 처벌한 것이 ‘황소의 난’으로 번져서 당나라 멸망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투즈괼 고속도로휴게소는 소금호수를 널리 알리려고 의도적으로 이곳에 휴게소를 설치한 것인데, 주변에는 소금으로 만든 비누, 각종 화장품 등 여러 가지 상품을 파는 가게가 많다. 특히 이곳의 바닷물을 건조한 천일염과 달리 기름기가 잔뜩 배어 있어서 매우 끈적거리는데, 이런 소금을 피부에 바르면 매끄럽고 오랫동안 수분 유지가 된다고 하여 화장품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또, 철분을 함유하여 붉은빛을 띤 소금은 가공해서 사용하는데, 튀르키예에서는 일찍부터 먼 길을 떠나는 대상(隊商)이나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들에게 소금을 섞어서 만든 물통이 필수품이었다고 한다. 물통이나 소금항아리에 염분이 너무 많으면 뜨거운 오븐이나 화덕 속에서 소금항아리가 금방 깨지고, 반대로 너무 적으면 소금항아리에 담은 물이 미지근하지만, 투즈굘의 소금은 진흙과 비율이 알맞아서 아무리 더워도 물이 얼음물처럼 차고 변질이 되지 않아서 최고의 물항아리 생산지라고 한다.
투즈괼의 소금은 이처럼 여러 가지로 유용해서 영국 국립 물리실험실을 비롯한 세계의 과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휴게소 주변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튀르키예 국기가 그려진 외국기관의 안내판도 세워져 있다. 튀르키예 정부에서도 소금호수가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화장실과 정화조를 만들고, 또 150㎞에 이르는 하수관을 설치하여 배출하는 등 청정 소금호수 보존에 노력하고 있다.
고속도로휴게소에서 소금호수까지는 약 100m 정도 떨어졌으며, 입장료는 없다. 소금호수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소금으로 만든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는 간판들이 줄지어 있고, 상인들은 관광객들에게 일일이 팔목에 소금을 조금씩 발라주며 판촉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간판은 이곳의 소금은 피부미용에 탁월하며, 피부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투즈굘 소금호수는 햇볕이 쨍 내리쬐는 여름철이어서 소금기가 밴 모래사장과 소금호수를 구별하기 어려웠다. 멀리 바라보이는 호수는 마치 넓은 바다처럼 광활한데, 하얀 소금 결정체들이 햇빛에 반사되어 마치 하얀 다이아몬드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여행객들은 모래사장을 맨발로 거닐어 보기도 하고, 이곳저곳을 배경 삼아 사진도 찍었다.
그렇지만, 우기가 되면 소금호수와 모래사장의 소금들은 다시 녹아 모래사장은 질퍽거리고, 소금호수도 일반 호수처럼 녹조가 생겨서 파랗게 변해서 관광객들은 실망한다고 한다. 소금호수 곳곳에는 마치 강가에서 모래나 자갈을 채취하듯 굴착기로 소금을 산더미처럼 긁어모은 곳도 많고, 또 모래와 뒤섞인 소금을 가공, 정제하는 소금 제조공장도 있다. 관광객이 볼 수 있는 것은 허허벌판과 같은 소금밭뿐이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관광객을 상대로 홍보하기 위해서라면, 소금호수에서 채취한 소금으로 소금항아리를 만드는 공장 견학이나 소금을 가공하는 시설을 구경하는 코스를 개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있다면 훨씬 실감 날 것 같다. 그래도 깊은 계곡이나 험준한 산속의 소금 광산이 아니라 도로에서 가까운 곳에서 특이한 소금호수를 볼 수 있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