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인질 추정 가자지구 데이르알발라 진격…국제사회 반발 확산
가자전쟁 휴전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스라엘 지상군이 처음으로 인질 억류 지역으로 추정되는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로 지난 21일(현지시간) 진격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로 지난 21일(현지시간) 진격했다. 이스라엘이 데이르알발라에서 지상전을 감행한 것은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을 통해 이 지역에 인질이 아직 살아있을 것으로 믿고 있으며, 가자지구에서 돌아오지 못한 인질 50명 가운데 20명은 생존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의료진에 따르면 데이르알발라를 향한 전차 포격으로 주택과 모스크(이슬람사원) 등이 피해를 봐 최소 3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다쳤다. 인질 가족 단체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에게 인질 보호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며 데이르알발라 진입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스라엘 인질·실종자 가족 포럼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국민은 인질의 생명을 위태롭게 한 자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데이르알발라 진입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휴전 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하마스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사망자 수 증가와 기아 위기에 하마스가 분노했으며 이는 60일 휴전 및 인질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스라엘군의 데이르알발라 진격 과정에서 WHO 등 국제기구 시설도 공격에 노출돼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을 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데이르알발라 내 직원 숙소와 주요 창고가 공격받았다며 이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WHO는 직원 거주지가 세 차례 공격받았고, 이스라엘군이 건물로 진입해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대피를 강요했으며 남성 직원과 가족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총구를 겨눴다고 비판했다. 또한 WHO 직원 2명과 가족 2명이 구금됐다가 3명은 풀려났지만, 직원 1명은 여전히 구금된 상태라며 "직원들에 대한 보호와 구금된 직원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WHO는 "대피 구역 내에 있는 WHO 창고가 폭발과 화재로 피해를 보았다"며 "의료시설을 조직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WHO 시설들은 대피 구역 내에 있으며 모든 WHO 시설의 좌표가 관련 당사자들에게 공유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해당 시설에 대한 위협은 가자지구 인도적 보건 대응 전체에 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유엔 시설 위치를 이스라엘에 통보했음에도 유엔 게스트하우스 두 곳이 공격당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주재 유엔 대표부는 논평을 거부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의한 민간인 피해가 확산하자 영국, 프랑스, 캐나다를 포함한 서방 25개국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비인도주의적인 가자 전쟁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국가는 성명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구호물자 한 방울씩 떨어뜨리기식 지원'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구호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서던 민간인 800명 이상이 살해된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에 대해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으로 하마스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뿐"이라며 성명을 일축했다.
가자 보건부의 일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최소 130명이 숨지고 1000명 이상이 다쳤으며, 이는 최근 몇 주 사이 가장 많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