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월령가] 국산 생강 신품종 개발·보급의 첫 걸음
서화영 충남농업기술원 양념채소연구소 재배팀장
생강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의 밥상에서 사랑받아 온 대표적인 양념채소이자 건강식품이다. 생강의 매운맛을 내는 진저롤(Gingerol)과 쇼가올(Shogaol)은 항산화, 항염, 면역 조절, 대사 활성 등 다양한 생리활성을 지닌 기능성 성분으로, 최근 과학적 연구를 통해 그 효능이 재조명되고 있다. 단순한 조미채소를 넘어 건강기능성을 갖춘 고부가가치 식품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생강은 향후 소비자와 산업계의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듯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생강은 국산 품종의 부재로 인한 외국산 씨생강에 대한 높은 의존도, 뿌리썩음병으로 인한 연작재배의 어려움, 불균일한 품질, 저장 중 부패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게다가 농업 인구의 고령화, 낮은 기계화율,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환경 불안정성까지 겹치며 생강 재배 기반의 지속 가능성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생강 재배 면적의 약 30%를 차지하는 충남도는 대표적인 주산지 중 하나로, 충남농업기술원 양념채소연구소는 생강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생강 재배농가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씨생강 자급화를 위한 국산 생강 품종 개발, 연작장해 개선 및 안정적인 생산을 위한 수경재배기술 개발, 소비 다양화를 위한 저장 및 가공 특성구명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양념채소연구소는 생강 영양체 유전자원 관리기관으로 지정되어 있어 약 200여 종의 생강 유전자원을 확보하여 관리하고 있다. 생강은 염색체 이상으로 인해 전통적인 교배 육종이 어려운 작물이지만 염색체 배가, 돌연변이 유도 등 대체육종 기술을 활용하여 신품종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육성한 계통을 대상으로 생육특성을 조사하고 있으며 선발된 우수계통을 대상으로 내년도에 품종보호 출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품종 육성만큼 중요한 것은 작물의‘생산’과‘보급’이다. 생강은 토양병원균에 의한 뿌리썩음병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조직배양을 활용한 무병 씨생강 생산기술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양념채소연구소는 조직배양 활용 씨생강 재배기술을 표준화된 메뉴얼로 정리하여 재배농가와 유관기관에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생산된 씨생강을 생강 주산지인 서산·태안에 매년 보급하여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조성하고 있으며 추후 신품종을 개발하게 되면 자체 육성품종 중심으로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또한, 농가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안정적인 재배 기반 조성을 위해 큐어링 처리에 의한 저장성 향상 기술, 복토 재배 시 적정 두둑 조성법, 연작장해 개선을 위한 윤작작물 선발 등 현장 맞춤형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소비층 확대와 농가의 새로운 소득 창출을 위해 구미형 젤리, 스프레드, 고상형 양념큐브 등의 가공 특성을 연구·개발하고 이를 가공업체에 기술 이전하는 등 현장 중심의 다각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생강은 특유의 향과 맛뿐만 아니라 건강에 좋은 유용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기능성을 기반으로 한 식품·의약·건강기능식품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이 높아서 우리 농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이자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양념채소연구소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연구개발은 생강 재배농가가 직면한 여러 리스크를 줄이고 생산부터 소비까지 주산지 브랜드화 구축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재배, 생산, 저장, 유통, 가공 등 전 과정의 국산 품종 중심 체계를 완성해 나간다면 생강은 딸기에 이어 대한민국 농업의 또 다른 성공모델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강 산업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양념채소연구소는 앞으로도 농업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생강 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연구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