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들이 떠난다”… 중견 군 간부 전역·휴직, 5년 새 2배 급증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면서 그에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위국헌신 군인본분’이라는 군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일까요?”
한 초급 간부가 군을 떠나며 남긴 이 글이 SNS를 통해 확산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국군 병사들의 봉급은 200만 원을 돌파했지만, 정작 지휘와 실무를 책임지는 군 간부들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로 인해 군의 핵심 중간 계층인 위관급 장교와 부사관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희망전역을 신청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간부는 2869명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간부 인력 이탈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이 국방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년을 채우지 않고 자발적으로 전역을 선택한 간부 수는 2021년 상반기 1351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 2869명으로 늘며 약 2.1배 증가했다.
특히 이 중 2460명, 약 86%가 부사관과 위관급 장교였다. 야전에서 병력을 직접 지휘하고 부대를 이끄는 이들의 이탈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신호로 해석된다.
군별 희망전역 현황을 보면, 육군은 870명에서 1839명으로, 해군은 227명에서 416명, 공군은 211명에서 527명, 해병대는 43명에서 87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공군의 증가율이 약 2.5배로 가장 높았으며, 육군은 약 2.1배, 해병대는 약 2.0배, 해군은 약 1.8배 순이었다.
간부 휴직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같은 의원실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간부 휴직자는 3884명으로, 2021년 1846명 대비 2038명이 증가해 약 2.1배에 달했다.
군별로 보면 육군은 1451명에서 2960명으로, 해군은 159명에서 241명, 공군은 187명에서 487명, 해병대는 49명에서 196명으로 늘었다. 특히 해병대 간부는 4년 만에 약 4배로 증가해 휴직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어 공군 2.6배, 육군 2.0배, 해군 1.5배 순이었다.
군 당국은 여군 비율 증가와 남성 간부들 사이에서도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이 바뀐 점을 휴직 증가 원인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대체 인력이 충분치 않아 남은 간부들에게 업무 부담이 과중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용원 의원은 간부 전역과 휴직 증가에 대해 "낮은 처우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병사들의 복무환경은 급여 인상, 식단 개선, 휴대전화 사용 등 여러 측면에서 좋아졌지만, 간부들의 처우는 여전히 병사나 다른 공공 직군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5년도 본예산과 올해 1·2차 추가경정예산 논의에서도 당직근무비, 이사화물비, 훈련급식비 등 간부 처우개선 관련 항목은 반영되지 않았다.
유 의원은 “초급 및 중견 간부 계층은 일선 야전부대에서 병사들을 직접 지휘하고 부대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핵심 인력으로 이들의 군 이탈이 가속화하는 현상은 군 조직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새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이 취임한 만큼 군 간부들의 복무를 독려할 수 있는 경제적 유인책을 포함한 다양한 대책 마련에 대해 군 당국이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