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0시축제 열기 달굴 특별한 여행
미리 가본 패밀리 테마파크 1층엔 유성온천 전성시대 비롯 대전 문화 가득 담긴 테마공간 2층 VR 등 체험형 콘텐츠 마련 밤되면 생생한 레이저 맵핑쇼도
대전문화재단이 2025 대전 0시축제의 붐업 행사로 준비한 패밀리테마파크가 2일부터 16일까지 옛 충남도청사, 대전평생교육진흥원 등에서 펼쳐진다. 도시의 역사와 여름의 열기, 상상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그 공간을 미리 다녀왔다.
여름 한낮 옛 충남도청사 앞에 별이 떠 있다. 지구와 달, 알 수 없는 이름의 행성들이 풀꽃과 함께 둥글게 놓였다. 적벽돌색 청사는 낯설게 빛나고 있었고 입구를 장식한 꿈돌이 캐릭터들은 마치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이제 우주로 출발할 시간이라고.
입구를 지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꿈돌이의 교통수단인 우주트램이다. 올해 패밀리테마파크는 이 우주트램을 타고 시민들이 다양한 행성을 여행하는 스토리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실내 로비는 조종석처럼 꾸며져 있고 한가운데 선 캐릭터는 손을 뻗어 새로운 공간으로의 입장을 유도한다. ‘감필라고 행성’이라 적힌 작은 문을 지나면 상상은 조금씩 현실이 된다.
1층에서는 꿈돌이 가든, 유성온천 전성시대, 캐릭터 랜드 등 각기 다른 테마 공간이 이어진다. 잔디 위 캐릭터 조형물과 포토존, 온천 문화 전시, 인기 완구 캐릭터 체험존까지 가족 단위 관람객이 쉬고 머물 수 있는 구성이다. 감필라고 샌드파크와 감필라고와 꿈돌이 언덕은 실내 모래사장과 에어바운스로 꾸며져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다. 2층은 체험 콘텐츠 중심이다. 시간여행 놀이터에서는 전통놀이와 무사체험이, 꿈씨 오락실과 과학실에서는 보드게임과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창의·과학 융합 체험이 진행된다. 감필라고 갤러리는 움직이는 미디어 그림으로 꾸며졌고 아티언스 캠프에선 문화예술과 과학을 결합한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꿈씨패밀리 별빛 수호대’와 음악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창작 뮤지컬 ‘콩순이와 친구들의 음악여행’ 등의 공연도 대전평생교육진흥원 별관에서 펼쳐진다.
무엇보다 올해 패밀리테마파크는 지난해보다 콘텐츠가 확연히 풍성해졌다. 지난해 10개 프로그램에서 올해 12개로 확대했고 체험형 구성 역시 강화했다. 미디어아트와 갤러리, 어린이 뮤지컬, 레이저쇼까지 콘텐츠는 다양하지만 그 중심엔 가족이 함께하는 상상력이 놓여 있다. 특히 실내 환경에 대한 배려도 눈에 띈다. 더운 여름에도 관람객이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에어컨은 20대나 추가 설치됐다.
밤이 되면 이 공간은 또 한 번 변신한다. 외벽 전체가 빛으로 감싸지고 레이저 맵핑쇼가 건물의 형상을 무대처럼 연출한다.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고 행성들은 춤 추듯 떠오른다. 대전의 오래된 역사를 가진 건물이 아이들의 우주로 재구성되는 장면은 아마도 여름밤의 기억으로 오래 남을 게다.
정문에 선 꿈돌이 캐릭터가 말없이 손을 뻗고 있었다. 빠르게 지나치지 말고 천천히 머물라는 신호처럼 다가온다. 이곳은 빠른 이동의 교통수단이 아니라 느리게 떠나는 상상의 여행지다. 상상력과 휴식, 가족의 기억을 품은 이 공간은 도시가 건네는 따뜻한 초대장이다. 백춘희 대표이사는 “0시축제가 매해 시민의 호응 속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도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