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의 힐링여행2] 268.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2025-08-05     금강일보
▲ 열기구 출발 직후

약 6000만 년 전 에르지예스 산(Erciyes Mt.: 3917m)의 대규모 화산 폭발로 분출된 용암과 화산의 화산재가 굳어지면서 파샤바 계곡(Pasabag)을 비롯하여 데린쿠유(Derinkuyu), 피존 홀(Pigeon Hole) 등 기암괴석으로 어우러진 카파도키아는 동서 400㎞(서울역~부산역 398㎞), 남북으로 250㎞(인천~강릉 243㎞)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이어서 하루나 이틀 사이에 모든 지역을 돌아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회사별로 떠오르는 열기구

패키지여행은 대개 괴레메, 파사뱌 계곡, 피존 홀, 데린쿠유 등을 주마간산식으로 돌아보는 것이지만, 젊은이들은 바이크를 빌려서 험준한 계곡을 돌아보기도 한다. 바이크 투어는 괴레메 거리에 대여점이 많은데, 가이드가 앞장서서 달리고 여행객들이 그 뒤를 따르는 형식이다. 시간은 1~2시간 정도이고, 비용은 5만~8만 원 정도다. 하지만, 지형이 평탄하지 않아서 가끔 안전사고도 발생해서 요즘은 노약자는 물론 젊은이들도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 올라서 카파도키아 풍경을 즐기는 것이 필수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열기구 투어는 해가 뜰 무렵에 약 1시간가량 지상 300~400m 상공을 비행하면서 험준한 산악지대라서 지상에서는 제대로 볼 수 없는 기암괴석을 하늘에서 편안하게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다.

일출 전의 열기구들

그렇지만, 1시간 안팎의 열기구 투어의 1인당 비용은 적지 않다. 성수기인 4~9월에는 성인 1인당 220~270유로(한화 32만~40만 원)이고, 비수기인 겨울철에도 10만~20만 원 수준이다. 따라서 3~4인 가족이 탄다면 적잖은 부담이어서 열기구를 타지 못하고 숙소의 옥상에서 하늘을 빼꼼하게 떠오르는 열기구를 눈요기하는 것으로 대리만족하는 여행객도 많다. 또, 로즈 밸리(Rose valley)와 오르타히사르 두 곳에 있는 6개의 열기구 회사가 모두 외국계 회사들로서 튀르키예 통화(TRY)가 아닌 유로나 달러만 받는 것은 튀르키예의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열기구 탑승 예약은 열기구회사 홈페이지는 물론 현지 여행사, 그리고 호텔 프런트에서도 가능하지만, 한 푼이라도 절약하려면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하거나 현지에서도 직접 매표하면 중간 마진 없이 30%가량 할인도 가능하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적지에서 해외 기업들이 폭리를 하는 것은 카파도키아뿐만 아니라 스위스 융프라우며, 이집트 룩소르의 열기구회사도 마찬가지다. 1992년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캄보디아 씨엠립에서는 앙코르와트를 비롯한 앙코르 톰, 타프롬 사원 등 유적지를 종래에 개별 관광지마다 입장권을 팔다가 일본인 회사가 위탁관리를 맡으면서 모든 유적지 관람 통합 입장권 제도를 시행하면서 관광객은 얼굴을 속성 촬영한 희끄무레한 사진이 첨부된 ID카드를 목에 걸고 다니도록 하고 있다. 그 수익금 대부분은 일본이 챙기고, 캄보디아는 일정 비율의 이익금만 받는 구조다. 훌륭한 문화유산을 스스로 관리하지 못하고, 외국의 상업자본에 맡긴 것은 마치 내 집 마당을 남의 잔치로 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최고도에서 바라본 괴레메 계곡

열기구는 무더운 낮 시간이 아닌 먼동이 트는 이른 새벽에 이동하는데, 여름철(4월 초~9월 말)에는 대개 오전 3~4시, 겨울철(10월 초~3월 말)에는 5시 반~6시 반에 시작한다. 열기구는 1일 1회 비행이 원칙이지만, 성수기에는 1일 2회 비행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기상 상황이 나쁘면 이륙하지 않는다. 열기구 탑승을 예약했다면 열기구회사에서 전날 호텔로 픽업 올 시간을 알려주고, 당일 새벽 셔틀버스가 호텔을 순회하면서 픽업한다. 열기구 투어를 예약한 날 옷차림을 가볍게 하고 기다렸다가 픽업 온 셔틀버스를 타고 약 30분가량 달려간 곳은 어두컴컴한 주변 풍경이 마치 유령의 집 같은 깊은 골짜기였다. 노천카페 같은 곳에서 다른 관광객 픽업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토스트 빵과 두유로 간단한 요기를 했다.

착륙지점 대기 차량

열기구 탑승을 예약한 여행객을 태운 셔틀버스가 모두 도착하면 열기구가 비상하는 곳으로 이동했는데, 낮에는 반소매를 입어야 할 만큼 무더운 날씨이지만 이른 새벽이어서 공기가 싸늘하다. 열기구가 출발하는 곳에는 열기구회사 직원 예닐곱 명이 커다란 애드벌룬 같은 열기구를 LPG 버너로 데워서 공기가 부풀어 올라 하늘로 떠오르게 하는데, 큼지막한 풍선이 점점 팽팽하게 되면 낙하산처럼 늘어진 바구니에 하나둘씩 여행객이 올라탔다. 열기구의 바구니마다 대개 20명 안팎이 탔는데, 바구니 밑에는 열을 뿜어내는 열기구가 활활 불타오르고 있다. 출발 신호와 동시에 열기구 LPG 버너는 요란한 폭발음을 내며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하는데, 아직 먼동이 트기 전 이곳저곳에서 하나둘 떠오르는 열기구들이 보였다. 열기구의 모양과 색상 등은 열기구회사별로 디자인이 달라서 멀리서도 구별할 수 있다.

회사별 다양한 열기구

여행객들은 약 3~400m 상공을 날면서 기암괴석이 우뚝 솟은 카파도키아 일대를 내려다보지만, 계곡에 따라서는 최대 800m 상공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열기구를 타고 괴레메 계곡을 구경하는 것은 지상에서 바이크를 탔을 때는 느낄 수 없는 신비로운 풍경이었고, 먼동이 트기 시작하는 이른 새벽에 시시각각으로 햇살에 비쳐서 다양하게 보이는 거대한 기암괴석들이 빚은 아름다운 풍광은 색다른 경험과 흥분의 대상이 되기에 넉넉했다.

하늘에서 바라본 열기구 출발지

열기구는 한 시간가량 기암괴석의 골짜기를 탐색하듯이 비행하다가 출발지에서 약 10㎞쯤 떨어진 대지가 평평한 곳에서 하강하는데, 착륙지점이 가까워지면 열기구의 LPG 버너를 조금씩 줄인다. 착지 지점은 날씨와 바람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데, 미리 대기하고 있던 열기구회사 직원들이 달려와 바람에 끌려가는 열기구의 구멍을 열고 공기를 빼내어 납작하게 압축시킨다. 관광객과 함께 탑승하여 안내하던 가이드는 탑승객들과 일일이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탑승기념장을 나눠주는 서비스를 하는 사이에 열기구를 정돈한 직원들은 사라지고, 열기구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미리 대기하고 있는 셔틀버스를 타고 각자 숙소로 돌아온다. 이른 새벽의 여행이어서 낮 일정에는 지장이 없다. 카파도키아 여행에서 열기구 탑승을 ‘인생 최고의 경험’이라고 하지만, 1시간에 40만 원이 지출되는 것을 생각해 보면 호기심을 노린 업체들의 지나친 폭리라는 생각이 크다.

열기구 회사별 착지 지점
바이크 렌털점
현지 바이크·열기구 여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