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단협 결렬’…충청車 ‘긴장’

·일·EU 관세 15% 간신히 맞췄는데… "각국 경쟁사에 수출 실적 헌납할건가”

2025-08-13     정은한 기자
사진 = 현대차 제공

자동차 관세 피해가 커지고 있는 현대차의 임금단체협상이 결렬되면서 지역 자동차산업의 불씨가 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에 따르면 13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17차 교섭에서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가 임금 인상, 추가 요구사항, 단체협약 개정안을 한꺼번에 묶어서 제안하는 바람에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기본급 14만 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전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및 상여금 900% 지급, 주 4·5일제, 정년 만 64세 연장, 퇴직금 누진제, 퇴직자 전기차 최대 25% 할인, 통상임금 위로금(조합원당 약 2000만 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임단협 교섭 결렬 후 문용문 현대차노조 지부장은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조합원들의 정당한 요구에 (사측이) 한 번도 제대로 된 제시안을 내놓지 않은 만큼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며 “조합원 권리를 사수하고 정당한 요구를 관철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사측은 “미국 관세 등으로 대내외 경영환경이 어려운 시기에 노조가 결렬을 선언해 유감이다. 노사가 심도 있는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는 대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와 주요 자동차 부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했기 때문이다. 4월 3일 자동차에 발효됐고 한 달 뒤인 5월 3일엔 약 150개에 달하는 자동차부품까지 확대됐다. 결국 대미 수출은 위축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7일 발표한 ‘올해 6월 자동차 산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수출은 26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4개월 연속 하락이다. 미국 내수시장 판매량도 125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3.5% 줄어들었다. 이로써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대미 수출은 158억 6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5% 빠져나갔다.

이는 지역 자동차산업의 피해와 직결된다. 지난해 현대차 아산공장은 고급·중형 세단을 중심으로 30만 대를 미국에 수출했는데 미국 수출 물량만 30%를 차지한다. 기아 동희오토(충남 서산)는 주로 경차 중심이라서 미국 수출은 5%로 낮지만 미국 관세 영향권인 유럽 물량이 20%를 상회한다. 또 지난해 대전·충남·충북지역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13억 3949달러로, 한국 전체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 26억 4584만 달러 중 절반이 넘는다.

이달 7일부터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는 종전 25%에서 15%로 낮아졌다. 이 같은 성과는 우리가 3500억 달러(약 490조 원) 상당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데 따른 성과다. 유럽(EU)·일본보다 적게 투자하고도 똑같은 관세를 끌어냈다. 현대차에 납품 중인 충남의 한 정밀부품 관계자는 “경쟁국들과 같이 15%로 낮춘 것은 다행이나 미국 현지 판매단가 상승으로 매출 하락은 피할 수 없다. 그만큼 협력업체의 납품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대미 직접 수출도 떨어질 것”이라며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할 때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면 중국 등 각국 경쟁사들에 수출 실적을 헌납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