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록버스 여행 #원포인트] 비오는 날 대청정 수묵화

with 72번 버스

2025-08-18     차철호

[대전 초록버스 여행]은 어쩌면 도보여행이다. 시내버스로 오가기 때문에 시작점과 끝점이 다른 경우가 많다. 갈 때와 올 때 버스 타는 곳이 다른 코스를 지향한다. 그래서 원점 회귀가 아니다. 시내버스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간혹 독자들이 항의 아닌 항의를 한다. 너무 긴 코스 소개하는 거 아니냐고. 그러면 그런다. 코스대로 다 가시란 얘기 아니다. 선별해서 가시면 된다. 그래도 짧은 코스, 원포인트 코스도 가끔 소개해달라, 한다. 그래서 짧게 터치하는 원포인트 코스도 소개한다.

  #원포인트 1. 노루벌적십자생태원
  #원포인트 2. 비오는 날 대청정  

   #원포인트 2.     비오는 날 대청정  

대청호오백리길 1구간, 대청호가 시원스레 보이는 곳이다. 갈 때마다 ‘비오는 날 한 번 와야지’ 생각하던 곳이다. 비가 흩날리는 어느 오후 72번 버스를 탔다. 신탄진에서 15분이면 내린다. 로하스캠핑장 정류장. 빗방울 떨어지는 그 거리에 서서 그대 숨소리 살아있는 듯 느껴지면…. 노래 흥얼거리며 수채화 같은 길을 걷는다. 이정표. 대청정(정자) 1.0㎞→. 15분쯤 숲길 자박자박, 대청정에 닿는다. 고요하다. 호수와 바람과 소나무에 둘러싸였다. 호수로 이어진 풍경은 수묵화다.

아, 시원하다. 촉촉한 바람이 더위를 식힌다. 청정에어컨이다. 살갗만큼 눈도 시원하다. 타임랩스처럼 안개가 훅 밀려왔다가 훅 사라진다. 비가 잦아든다. 정자에서 내려와 아래쪽 물가로 내려간다. 얇은 빗방울이 수면 위로 스며든다. 운무가 호수를 감싼다. 비 내린 산마루에 구름이 허리를 두르고, 세상과 멀어진 듯 고요하다.

비가 낮은 포복으로 내린다. 우산 들고 다른 포인트로 이동한다. 대청정에서 10분 거리. 대청호반 물과 뭍의 경계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가는 길, 멀리서 보는 대청정 모습도 예술이다.   

호수와 땅의 경계에 선다. 바닷가 같은 바람, 일렁이는 물결, 내 마음도 동한다. 짙푸른 물빛과 가파른 절벽이 어느 섬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 경계에선 누구나 신선이 된다.

비가 다시 세차게 내린다. 우두커니 서서 ‘비멍’을 즐긴다. 빠르게 이동하는 구름, 수면의 반영은 천천히 나타났다가 빠르게 사라진다. 바람은 수면을 가른다. 한 쪽은 잔잔하고 한 쪽은 거칠다. 물 위에 또 다른 하늘이 떠 있다.

대청정으로 돌아와 앉았을 땐 비가 더 거세졌다. 시야도 하얗다. 왼쪽 청남대가 구름에 가려졌다. 정면 대청호오백리길 2구간 앞 큰섬과 작은섬도 가려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한다. 오른쪽 계족산 쪽 구름은 부지런히 북상 중이다.

하늘이 개고 있다. 왔던 숲길 되밟아 나간다. 보조여수로댐 앞 미호정을 돌아 로하스캠핑장을 스치듯 지나간다. 보조여수로댐 위를 걸어 건너간다. 오른쪽은 기후대응 도시숲 ‘천년의 숲’ 조성 현장이다. 8㏊에 탄소저장숲을 조성하고 있다. 은행나무 가로수 이식목 등을 활용한 테마숲, 꽃단지, 산책로, 전망대, 쉼터, 잔디광장 등이 들어선다. ‘올 8월 완공’이라 했는데 아직이다.

이촌마을과 강촌마을 호반길을 걸어 나간다. 행정구역상 대전시 대덕구 삼정동이다. 산전골로 불리다 ‘이곳은 세 명의 정승이 나올 명당’이라는 어느 노승의 예언에 따라 삼정골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여흥민씨 집의공파 종갓집(민평기 가옥) 앞 삼정동/근장골길 정류장이다. 71번과 72번이 서는 곳이다. 71번을 타고 신탄진으로 나갔다.

차철호 기자 ich@kakao.com

속 시끄러울 땐 초록버스를 탄다. 도심을 벗어나 달리는 외곽 시내버스는 위로를 준다. 버스 안 어르신들이 주고받는 이야기 소리도 정겹고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도 다정하다. 초록버스는 대청호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장태산휴양림, 장동산림욕장, 성북동산림욕장, 국립대전숲체원에도 데려가준다. 이사동 한옥마을 ‘대전별서’ 가는 길도 안내하고 갑천 상류와 대전둘레산길의 트레킹코스 길잡이 역할도 한다. 힐링버스라 부르기에 마침맞다. 금강일보는 2025 연중기획 [대전 초록버스 여행]을 연재한다. 대전 시민들에겐 휴식의 시내버스 노선을, 다른 지역에서 온 여행자들에겐 대전여행 힐링코스를 소개한다. 당신의 마음을 안아줄 것이다. 마음이 흔들릴 땐 초록버스를 타 보시라.

   ☞  대전 초록버스 여행   

EP1. 노루벌길엔 ○○이 있다 (with 25번)
EP2. 두메마을과 찬샘마을 (with 71번) 
EP3. 대전별서에서 하룻밤 (with 52번)
EP4. 원정동 두계천길 걷기 (with 23번)
EP5. 대청호 추동 가는 이유 (with 60번)
EP6. 산디마을과 계족산 (with 74번)
EP7. 대청호, 벚꽃의 기억 (with 63번)
EP8. 방동 윤슬거리의 멋 (with 41번)
EP9. 대청호반 비밀의 숲 (with 72번)
EP10. 장태산의 5월 (with 20, 22번)
EP11. 수락계곡과 대둔산 (with 21번)
EP12. 수통골 계곡 탁족 (with 41번)
EP13. 치유의숲과 보문산 (with 33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