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자초한 김형석…버틴다고 아우성 사그라들까

독립운동가 후손·시민들 출근 저지하며 퇴진 촉구 金 “최선을 다해 대응하겠다” 임기완수 의지 밝혀

2025-08-25     이준섭 기자
▲ 지난 15일 광복 80주년을 맞아 열린 독립기념관 경축 행사에서 김형석 관장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 독립기념관 유튜브 캡처

<속보>=광복 80주년 경축사 논란을 빚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거취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독립운동가 후손과 시민단체가 잇따라 출근을 저지하고 사퇴를 요구하는 가운데 김 관장은 임기 완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본보 8월 21일자 온라인판 등 보도>

김 관장은 25일 독립기념관 출근길에서 30여 명의 독립운동가 후손과 시민들에게 가로막혔다. 일부 단체 회원들은 ‘김형석은 즉각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차량 진입을 막았다. 출근 저지 과정에서 김 관장은 후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관장은 “독립운동가들은 손가락이 잘리고 피를 흘리며 나라를 지켰다. 그들의 목숨을 가벼운 혀로 평가하지 말라. 언론 보도가 왜곡됐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후손들은 “이미 국민의 이름으로 퇴출된 사람”이라며 출근 자체를 막아섰다. 김 관장은 끝내 관장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이후 김 관장은 직원들에게 ‘사랑하는 독립기념관 직원들에게 전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배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하다. 경축사를 곡해한 편파적 언론 보도로 직원들의 마음에 상처를 드리게 된 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관장실 점거와 출근 저지에 맞서 독립기념관장으로서 최선을 다해 대응할 것”이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김 관장은 지난 15일 경축식에서 “광복은 연합군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발언한 이후 다시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독립유공자 후손과 역사단체 회원들은 20일부터 관장실을 점거하고 퇴진을 요구하면서 역사독립군 국민행동을 결성, 행동으로 맞서는 상태다. 여기에다 22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진석·이재관·이정문 의원 등 충남지역 정치권이 참여한 퇴진 촉구 집회가 열리며 압박은 거세지는 모양새다. 특히 관장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광복회 회원들은 “9월 17일 광복군 창설일까지 김 관장을 반드시 물러나게 하겠다”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주권자로서 김형석 관장의 해고를 명한다’라는 해고 명령서를 독립기념관에 부착하며 김 관장의 퇴진 과제 완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사퇴 요구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지지하는 시민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고 “관장에 대한 비판은 사실과 맥락에 입각해야 한다. 선열의 이름으로 마녀사냥을 정당화하는 순간 우리가 지키려는 독립의 정신은 스스로 훼손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7일 독립기념관 앞에서 지지 기자회견을 예고해 갈등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관장은 전 정부에서 임명돼 2027년 8월까지 임기를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경축사 논란과 출근 저지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독립기념관의 운영 정상화와 김 관장 거취를 둘러싼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