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2차 이전에 사활 거는 충청, 유치셈법 분주
李정부 국정과제 내세우면서 기회 대전시, 38개 주요 기관 자체 선정 세종·충남도 지역 맞춤 전략 모색 통·폐합 구조개편 논의 변수 작용
이재명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 충청권도 다시 한 번 기회의 무대에 올랐다. 각 시·도가 전략 산업과 맞물린 기관을 선점하려는 물밑 경쟁에 나섰는데 동시에 공공기관 통·폐합이라는 구조개편 논의가 병행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는 ‘2차 공공기관 이전 착수’가 포함됐다. 정부가 이를 확정해 국무회의에 상정하면 2차 공공기관 이전 논의는 곧바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혁신도시 성과평가 및 정책방향 연구용역’을 발주했는데 결과는 이르면 10월쯤 나올 전망이다.
이번 연구용역이 2차 공공기관 이전의 밑그림이 될 것으로 본 충청권 지자체들은 자체 용역과 전략을 마련하는데 분주하다. 지난해 38개 중점 유치 대상 기관을 자체 선정한 대전시는 이를 기반으로 정부의 세부 계획이 나오면 곧바로 유치전에 나설 수 있도록 대응 체계를 갖췄다. 세종시는 별도의 혁신도시 지정이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이전을 희망하는 기관들의 리스트를 정리해 놓고 기회를 모색 중이다.
한국환경공단과 한국탄소중립진흥원·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충남도의 최우선 목표다. 충남도는 이들 기관을 집중 공략해 충남을 탄소중립 정책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백제문화권 등 역사·문화 자원과 연계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 문화·체육 분야 기관도 이전 대상으로 리스트업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한국투자공사·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을 끌어와 지역 산업과 맞물린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충남도는 모두 44개 기관을 중점 대상으로 지정해 맞춤형 전략을 준비 중이다.
한국공항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충북도가 점찍은 핵심 유치 대상 기관이다. 지역 발전을 견인할 대형 공기업에 방점을 둔 셈이다. 국가대표선수촌과 연계한 대한체육회·국민체육진흥공단, 국립소방병원과 연결할 수 있는 한국소방기술원도 주요 타깃으로 꼽힌다.
다만 대통령실이 최근 발전공기업 역할 재정의, LH 개혁, KTX-SRT 통합, 금융공기업 기능 조정 등 전 분야에 걸친 구조개편 검토를 거론한 건 2차 공공기관 이전의 새로운 변수다.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확산 전략이라면 통·폐합과 구조조정은 효율화를 위한 축소 전략이기 때문이다. 두 방향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이전 물량이 줄거나 시기가 늦춰질 수 있어 지자체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균형발전과 개혁 과제가 어떻게 조율되느냐가 이번 2차 공공기관 이전 성패를 가를 관건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최호택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통폐합은 장기적으로 신중하게 다뤄야 하고 공공기관 이전은 정권 초기에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두 과제를 동시에 묶기 보다는 투트랙으로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