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기후 온난화 사회 전반에 영향

최근 두 해 연속 연평균기온 기록 경신 홍수·가뭄 피해 늘고 온열질환도 증가 더 뜨거워진 바다, 수산업 생산성 저하 세기 말엔 폭염일수 9배 늘어날 수도

2025-09-18     이기준 기자
사진= Gemini(제미나이) 제작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각종 기후재난의 발생 양상도 복잡해졌다. 상상, 그 이상의 기후재앙을 머지않아 맞이할 수 있다는 경고가 지속돼 온 만큼 범정부적으로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 골든타임을 놓쳤을 수도 있다.

◆데이터로 드러난 기후위기
환경부와 기상청은 18일 ‘한국의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기후위기 현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기후위기 적응 해법과 시사점을 제시하기 위한 것으로 2010년 첫 발간 이후 네 번째다. 이번 보고서 작성엔 환경부와 기상청 전문가 112명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한반도를 대상으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된 2000여 편의 국내외 논문과 각종 보고서의 연구 결과를 분석·평가해 한국 기후위기 연구 동향과 전망을 집대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온난화가 더욱 심화되면서 폭염, 집중호우 등 기상재해가 증가하는 추세가 확인됐고 미래에는 더 강하고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우선 지구 온난화 판단의 주요 지표인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가 뚜렷하다. 지난해 국내에서 관측된 이산화탄소 농도는 안면도 430.7㏙, 고산 429.0㏙, 울릉도 428.0㏙로 세 지역 모두 전 지구 평균 농도보다 약 5.2-7.9㏙ 높았으며 한반도 전체에 대한 지난해 농도 증가율도 3.4㏙으로 최근 10년(2014-2023) 연평균 증가율인 2.4㏙을 상회했다.

짙어진 온실가스 농도는 기온 상승을 촉발한다. 2023년 한반도 연평균기온은 13.7도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곧바로 이듬해 14.5도를 기록, 연이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역대급 더위가 2년 연속 이어진 건데 올해 이례적인 초여름 무더위 등을 감안하면 또다시 기록 경신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1912~2017년 기온 상승률은 10년 단위로 0.18도 상승했지만 1912~2024년 기온 상승률은 0.21도를 기록해 최근 7년간(2018~2024) 온난화 추세가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 발생빈도와 강도 역시 모두 증가하고 있으며 인위적 요인으로 인한 폭염 발생 확률이 사례에 따라 4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태풍의 극한강수 영역이 16~37% 확대되고 초강력 태풍이 유지될 수 있는 고수온 발생 확률이 최소 5배 이상 증가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21세기 말(2081∼2100) 한반도 연평균기온은 온실가스 감축 정도에 따라 2.3도(낮은 단계 기후변화 시나리오, SSP1-2.6)에서 최대 7.0도(매우 높은 단계 기후변화 시나리오, SSP5-8.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현재 연평균 8.8일 수준인 폭염은 24.2일(SSP1-2.6)~79.5일(SSP5-8.5)로 늘어 현재 대비 3~9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5∼2024년 폭염일수 평균값은 15.6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대기의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바다의 온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주변 해양 표면수온은 1968∼2023년 1.44도 올라 전 지구 평균인 0.7도의 배 이상 웃돌았다. 특히 1982∼2020년 동해 해양열파 발생횟수와 발생일수는 해마다 1.97회, 12.1일 늘어 증가세가 전세계 10위 안에 들 정도다. 이와 함께 2010년대 이후 냉수대(저수온) 발생일수도 같이 증가해 수온 양극화가 심화됐다.

한반도 전역에서 여름철 집중호우의 강도와 빈도의 증가 경향 역시 최근 더욱 뚜렷해지고 호우의 연별 변동성이 크게 증가했다. 또 태풍 최대 강도 위치가 북쪽으로 이동하고 태풍의 극한강수 발생 영역이 16~37% 확대됐고 동중국해에서 초강력 태풍이 유지될 수 있는 28.8도 이상 고수온 발생 확률이 최소 5배 이상 증가했다. 1982~2020년 한반도의 급성가뭄 발생 빈도 역시 증가했으며 여름철 폭염에 따른 ‘폭염형 급성가뭄’ 발생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전방위적인 타격
기후위기는 사회·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홍수와 가뭄에 따른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기후위기와 토지피복 변화로 육상 조류의 개체수도 감소했다. 육상조류 52종에 대한 점유율 파악 결과 전체 종의 38%가 감소 추세이고 이 중 검은머리물총새 등 7종은 심각하게 감소(46~95%)했다. 난대성 수종 북방한계선 북상 등 분포가 확대됐고 기온 상승과 함께 겨울철새는 겨울철 출현이 감소한 반면 여름철새의 겨울철 출현은 증가하고 있다.

산림과 관련해선 2005∼2020년, 침엽수림과 혼효림 면적은 각 14%, 11% 감소한 반면 활엽수림 면적은 21% 증가했다. 산불은 연평균(2014∼2023년) 567건 발생해 4,004㏊의 피해를 낳았다. 산불 위험지역은 증가 추세에 있고 기후변화와 맞물려 봄철 가뭄 가중에 따른 취약성도 늘고 있다. 산림 관리 측면에서 ‘매우 높은 단계 기후변화 시나리오(SSP5-8.5)’와 현재의 산림경영 수준을 유지할 경우 2050년대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연간 2308만tCO2로 추정되지만 ‘낮은 단계 기후변화 시나리오(SSP1-2.6)’와 회복성 있는 산림경영 수준을 적용할 경우 흡수량을 20% 이상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산사태는 연평균 400㏊(최근 40년) 발생하며 경사방향, 경사도, 토양특성 외에도 강우 강도에 따라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소나무 취약성 증가에 따른 재선충 등 병해충 발생 증가 및 경제적 손실 가중도 전망된다.

농업 측면에서 보면 저온에 약한 맥주보리와 쌀보리의 재배한계선이 북상했으며 2010년대에 비해 2029년대 사과 재배면적이 철원, 양구, 화천까지 북상하고 단감의 경우 경북, 전북, 충북 및 강원지역까지 재배 지역이 확대될 전망이다. 또 SSP5-8.5 시나리오에서 사과 재배적지가 2030년대 이후로 감소하고 기존에 문제를 유발하지 않던 잡초들의 분포면적은 2050년대에 기존 대비 5배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새로운 해충과 잡초의 유입이 예상돼 지역에 따라 이들에 의한 피해면적과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소철꼬리부전나비가 국내로 유입될 경우 2040년대와 2060년대 충남과 전북지역으로 확산될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수산업 역시 취약하다. 수산업 분야에선 최근 14년간(2011~2024) 고수온 3472억 원, 저수온 308억 원의 누적 피해가 발생했다. 양식장 피해가 대부분(79%)을 차지하는데 특히 지난해 피해가 컸다. 2100년까지 우리나라 주요 양식 밀집 해역의 수온은 약 4~5도 상승(SSP5-8.5 시나리오)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잡는 폭염’은 더 이상 생소하지 않은 경험이 되고 있다. 지난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수는 3704명(사망 34명)으로 2020~2023년 평균 1709명(사망 17명) 대비 배 이상 늘었다. 2018년엔 온열질환자 수가 4526명이었고 이 가운데 48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기후위기 관련 감염병 환자 발생과 사망 또한 증가했다. 쯔가무시증 연평균 사망자는 2016~2019년 11명에서 2020~2023년 14.25명으로 증가했고 말라리아 연평균 환자 수는 2016~2019년 406명에서 2020~2023년 421명으로 증가했다. 2023년엔 673명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기온상승과 더불어 기상재해·대기오염·매개 감염병 등 건강위험 요인의 발생과 강도가 증가하고 있는 건데 과거(2000~2019년) 대비 2050년대 고령자의 고온으로 인한 초과사망률은 SSP2-4.5 시나리오(중간단계 기후변화)에서 4.36%, SSP3-7.0 시나리오(약간 높은 단계 기후변화)에서 5.5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