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의 힐링여행2] 276. 튀르키예 부르사 ②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부르사에는 오스만 제국의 첫 수도답게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가 많다. 그중에서 1421년 바예지트 1세 때 건축된 울루 자미(Ulu Camii)가 가장 크고 아름답다. 오스만 제국은 1523년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킨 후 콘스탄티노플로 천도하고, 이스탄불로 이름을 바꿨다. 그리고 동로마 제국이 세운 거대한 성 소피아 대성당을 모스크로 개조하고, 그 옆에 오스만 제국의 위엄을 과시하는 대규모 블루 모스크를 건축했지만, 부르사가 수도였던 시대에는 그런 대규모 건축 기술이 없어서였는지 똑같은 20개의 돔을 연결하고 2개의 첨탑을 세운 형태였다.
울루 자미의 입장료는 없고, 금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입장할 수 있다. 울루 자미에 들어가면 셀죽터키의 건축양식인 울루 자미는 20개의 돔을 5개마다 4줄씩 배치하여 모두 12개의 기둥을 세웠는데, 모스크는 대부분 기도하기 전에 두 손을 깨끗이 씻는 용도인 분수 '샤디르반'을 밖에 설치하는데, 울루 자미는 유일하게 실내에 설치한 것이 낯설다. 각 벽면과 기둥에는 192개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아랍어로 쓴 코란이 한결 품위 있고 세련된 현대식 갤러리 같은데, 이것은 쿠란을 정자체, 필기체 등처럼 다양한 기교를 가미한 것이라고 한다. 아랍어는 아랍 지역은 물론 이슬람을 믿는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동남아 국가에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튀르키예인들도 사제나 성직자가 아니라면 우리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아랍어를 알지 못한다.
또, 울루 자미와 같은 해에 세워진 예실 자미(Yesil Camii)는 순수한 튀르키예 건축양식인데, 모스크는 녹색으로 치장되어서 '녹색 모스크'라고도 한다. T자형 평면 위에 큰 돔이 있는 예실 자미의 이슬람 신학교는 현재 고고학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녹색 모스크 가까이에 술탄 메흐메트 1세의 무덤인 '녹색 영묘'(Yesil Türbe)와 1426년 무라트 2세가 건설한 무라디예 자미(Muradiye Cami) 도 있는데, 동로마 제국 시대의 기둥, 이즈니크 타일 등으로 건축됐다. 이곳에는 술탄과 왕족들이 안장되어 있다.
그런데, ‘파노라마 1326 박물관’은 부르사가 1326년 오스만 제국의 첫 수도였던 것을 강조하여 이름 붙인 현대식 박물관으로서 3층 건물 전체를 부르사의 역사를 파노라마로 보여주는 착상이 매우 독특하다.
서울의 남산처럼 부르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톱하네 공원(Tophane Park)은 도보로 약 15분쯤 올라가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갈 수 있다. '톱하네'란 ‘대포를 쏘는 곳’이라는 의미로서 라마단 동안 일몰시간에 맞춰서 기도 시간을 알리는 대포라고 한다. 톱하네 공원에는 오스만 왕조를 세운 오스만 1세 무덤(Tomb of Osman Gazi)이 있는데, ‘가지’란 아랍어로 ‘전사(戰士)’라는 호칭이다. 오스만 제국을 세운 오스만 1세(1258~1323)가 동로마 제국을 공격하다가 전사하자, 그 뒤를 이은 오르한 가지(Orhan Gazi)가 마침내 부르사를 정복하고 이곳에 아버지의 영묘를 만들었다. 그리고 사후에 자신과 아내, 자식들까지 이곳에 묻혔는데, 영묘 일대는 시민 공원이 됐다. 공원은 입장료도 없고, 부르사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같아서 여행객이 찾는 필수 코스이다.
오스만 가지에는 이스탄불의 톱카프 궁전이나 돌마바흐체 궁전 등 튀르키예의 다른 곳과 달리 입구 좌우에는 근위병이 지키고 있다. 정사각형 평면에 분홍색 대리석으로 쌓고, 돔 지붕인 오스만 가지 내부로 들어가면, 벽돌로 주실을 4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다. 이곳에는 오스만 1세를 비롯하여 오르한 가지와 그의 왕비, 자녀 등 모두 21개의 석관이 있는데, 가장 큰 오스만 1세의 석관은 8각형으로 석관 위에는 마치 아랍인처럼 고급 실크로 터번을 씌웠다. 터번은 매장 덮개, 겸손의 표시를 나타낸다. 그렇지만, 실크로 감싼 석관 속에 이들이 안장된 것이 아니고, 시신은 방부 처리되어 지하 무덤에 안치되고 그 위에 상징적으로 관을 놓아서 영묘(靈墓)라고 한다. 두 개의 무덤만 201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공원에는 잠시 쉴 수 있는 카페와 음식점도 있지만, 특히 공원에서 시내가 잘 바라보이는 곳에 1905년 8월 술탄 압둘 하미드 2세 즉위 29주년을 기념하여 부르사 시내의 화재를 감시하는 소방망대가 있다. 높이 25m의 5층인 사각형 소방 감시탑은 지금은 ‘시계탑’이 되어서 부르사의 랜드 마크가 됐다. 톱하네 공원에서 내려오면 오스만 왕조 시대의 거리인 톱하네 히사르(Tophane Hisari)가 있는데, 히사르란 튀르키예어로 ‘요새’라는 뜻으로서 영어 시다텔(Citadels)과 같다. 거대한 성벽 아래로 쭉 뻗은 낡은 골목의 전통 마을 ‘오스만 가지’에서는 민박도 할 수 있다.
여행을 떠나면 그 지역의 색다른 음식이나 별미를 빼놓을 수 없는데, 튀르키예의 음식이나 과일은 대체로 단것이 많다. 특히 부르사의 복숭아, 토마토, 밤의 당도는 튀르키예는 물론 세계 최고라고 알려졌는데, 길거리 어느 가게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다. 또, 이스탄불의 고등어 케밥, 카파도키아의 항아리 케밥 등 전국 어느 도시를 가든지 케밥(kebap)이 유명하지만, 부르사는 잘 구운 양고기를 얇게 썬 뒤 펄펄 끓는 버터기름을 얹어서 내놓는 ‘이스켄데르 케밥’(Iskander Kebap)의 원조다. 내게는 다소 기름진 음식이어서 입맛에 맞지 않았지만, 젊은이들이 좋아한다. 콜라와 함께 먹으면 느끼함을 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