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돌부처’... 오승환, 은퇴식서 가족 향한 마지막 인사에 눈물

2025-10-02     나혜윤 대학생 기자
사진= 연합뉴스

부모의 깊은 사랑 앞에서, 오승환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삼성 라이온즈의 '끝판 대장' 오승환이 지난달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은퇴식을 통해 21년간의 현역 선수 생활에 작별을 고했다.

그는 가족을 향한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하며, 특히 하늘에 있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울컥한 감정을 쏟아냈다.

이날 은퇴사에서 오승환은 “내게 정말 소중하고 특별한 것이 있다면, 야구, 가족, 삼성, 그리고 팬 여러분이다”고 입을 열었다.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나에게 가장 큰 의미인 가족.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부모님과 형들이 많은 것을 희생해줬다”며 “아버지...”라고 말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오승환을 향해 팬들은 “오승환”을 연호하며 따뜻한 응원을 보냈다.

오승환은 “항상 표현은 없었지만 묵묵히 보여주신 사랑이 큰 힘이 됐다”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가르쳐주신 아버지가 있었기에 지금의 ‘돌부처’ 오승환이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형들도 내가 야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늘 뒷받침해줬다. 진심으로 고맙다”고 전했다.

그는 또 “그동안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그리고 장인·장모님도 곁을 지켜줬다”며 “선수로 오래 함께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힘든 시기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준 존재들이 바로 가족이다”고 덧붙였다.

아들 서준이를 향해서는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 이 장면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싶다”며 “아빠가 얼마나 야구를 사랑했는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이 자리에 함께해줘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전했다.

아내 김지혜 씨에게는 “곁에서 함께 버텨주고, 짊어지지 않아도 될 짐을 함께 나눠준 당신. 오승환의 아내이자 서준이 엄마로 있어줘서 늘 미안하고 고맙다”며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제는 야구선수가 아닌 남편, 아빠로 더 많이 노력하겠다. 우리 함께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자”고 따뜻한 인사를 남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꺼낸 이름은 하늘에 있는 어머니였다.

사진= 연합뉴스

오승환은 “무엇보다 오늘 이 자리에 꼭 계셨으면 했던 분이 있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다”고 말하던 중 결국 참아왔던 눈물을 쏟았다.

올해 초 스프링캠프 도중 어머니의 병세 악화로 급히 귀국했던 오승환은, 지난 3월 모친 김형덕 씨의 별세 소식을 접하며 깊은 슬픔에 잠겼다.

은퇴식에 함께하지 못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말을 잇지 못한 그를 향해 팬들은 “울지 마”를 외치며 응원했다.

마음을 추스른 오승환은 “경기장에 오셔도 내 투구를 다 보지 못하시고 먼저 나가시곤 하셨던 어머니, 언제나 내 걱정이 먼저였던 분”이라며 “누구보다 날 믿어주셨고 늘 내 편이 되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 투어 동안 참 많은 꽃을 받았는데, 정작 생전에 좋아하시던 꽃을 많이 못 드린 게 두고두고 아쉽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는 “야구선수 아들을 둔 어머니는 누구보다 마음 졸였을 텐데, 오늘따라 어머니가 유독 그립다”며 “사랑합니다. 이젠 모든 걱정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세요. 하늘에서도 오늘 이 순간을 함께 보고 계실 거라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퇴식의 두 번째 영상 편지 순서에서는 많은 선수들이 등장해 오승환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고, 마지막 화면에는 아버지 오병옥 씨가 등장해 “내 아들이지만 참 고마웠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우리 막내는 부모가 정말 많이 사랑했다”며 “이제 서준이와 아내의 가장으로서 멋지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따뜻한 응원을 남겼다. 아버지의 메시지에 오승환은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이후 아내의 영상 편지까지 마친 오승환은 마운드 위에서 가족들과 기념 사진을 남기며 은퇴식을 마무리했다.

21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감하며, 오승환은 감동과 사랑, 감사로 가득한 마지막 순간을 팬들과 함께 나눴다.

그의 은퇴식은 단지 한 선수의 이별이 아닌, 아름다운 인생의 한 장면으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