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이이김김] 귀신의 존재를 전제하는 종교

2025-10-12     조현재 기자
▲ 사진=챗GPT 제작

성경에도 등장하는 퇴마 이야기 
가톨릭교회선 구마 사제 공식 인정 
귀신 다루는 종교는 아냐 오해 금물

“예수님께서 그에게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하고 꾸짖으시니, 더러운 영은 그 사람에게 경련을 일으켜 놓고 큰 소리를 지르며 나갔다.”

마르코(마가)복음 1장에서는 예수가 더러운 영을 내쫓는 장면이 소개된다. 기독교에선 이뿐만 아니라 영적 현상, 그리고 마귀를 쫓아내는 일화가 여러 차례 나온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귀신이나 마귀의 존재를 인정한다. 그래서 영화에서나 봤던 퇴마 의식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 ‘검은 사제들’과 같이 미디어에도 자주 등장하는 ‘구마 사제’가 대표적이다. 구마 사제의 존재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교리서에는 ‘마귀의 지배력에서 벗어나도록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공적인 권위를 가지고 청하는 것을 구마라고 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정신질환은 마귀 들린 것과 전혀 다르고 의학 치료가 필수이며 구마 예식 전 질병인지 마귀 들린 건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명시한다. 다만 구마 사제는 신분을 밝힐 수 없다.

천주교의 한 신부는 “구마 사제는 지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주교에 의해 비밀리에 임명받는다. 신분을 밝힐 수 없어 성직자들조차 서로 누가 그 직책을 가졌는지 아무도 모른다”라고 증언했다.

기독교에서도 영적인 현상을 인정한다. 이들 역시 영혼의 존재를 믿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인간이 짐승과 구별되는 점이 바로 영혼의 존재라고 설명한다. 각 교파, 학자마다 인간을 육신과 영혼의 이분, 또는 육신·정신·영혼 등 삼분으로 나누는데 육체 외에도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영혼은 세계를 초월하며 신과 대화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인간이 죽어 육체는 없어지더라도 영혼은 불사불멸한다. 가톨릭 교리서에서는 ‘교회는 각 사람의 영혼이 (부모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직접 창조하셨고 불멸한다고 가르친다. 죽음으로 육체와 분리되어도 영혼은 없어지지 않으며 부활 때 육체와 다시 결합될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망자의 영혼과 소통하는 건 가능할까. 즉 귀신을 봤다는 이들의 이야기가 종교적인 관점에서 가능한 이야기일까 하는 질문이다. 여기서 천주교와 개신교 간 차이가 발생하고 죽은 이를 기리는 제사를 대하는 모습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개신교는 사람이 죽으면 인간과 소통할 수 없는 것으로 본다. 또 죽은 자를 향해 절하는 것을 십계명 중 하나인 ‘나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마라’라는 계명을 어기는 것으로 여긴다. 반면 천주교에서는 제사가 어느 정도 허용된다. 개신교와 달리 ‘통공’과 ‘전구’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통공은 교회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공로와 선행을 공유한다는 뜻이며 전구는 공로를 쌓고 죽은 성인이 산 이들의 기도를 신에게 전달해주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살아있는 사람이 죽은 이의 안식을 위해 기도하는 게 가능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사도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단 신위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건 개신교와 마찬가지로 우상숭배로 본다. 하지만 기독교는 신을 등지게 하고 멀어지게 하는 방해 요소로서 악마, 악령을 멀리하라고 할 뿐 흔히 말하는 ‘한을 가지고 이 세상을 떠도는 망자’를 따로 정의하지 않는다. 따라서 관념상의 ‘귀신’을 신학으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마가복음의 내용에서 사람에게 들어간 더러운 영 역시 망자의 영혼보다는 악마, 마귀 등으로 보는 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

한 신부는 “기독교 신앙은 하느님을 믿을 뿐이지, 영적 체험을 신학적으로 해석하려고 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라고 경계했다.

조현재 수습기자 chohj0505@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