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가 눈치보는 ‘배려없는’ 임산부 배려석
제도 도입 더딘 공감대 형성…인식 전환도 지체 개인적 배려심 넘어 사회안전망 인식 확산 필요
저출생 대응책의 일환으로 대중교통에 ‘임산부 배려석’이 도입됐지만 임산부의 눈치보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제도 도입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인식 전환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임산부 배려석은 2009년 서울시내버스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했다. 좌석을 교통약자석과 다른 핑크색으로 구별하고 전동차 바닥에 임산부 배려석을 알리는 표시를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운용 전반을 살펴보면 갑론을박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임산부 배려에 대한 시민의식은 여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임산부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하다. 초기 임산부 A 씨는 “임신 초기라 외적으로 티가 나지 않아 배려석에 앉기 눈치가 보인다. 또 막상 앉으려고 하면 누가 앉아 있어 비켜달라고 말하기 쉽지 않아 그냥 서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다반사다”라고 말했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르면 교통약자석 할당량을 교통수단에 따라 나누고 있지만 임산부 배려석에 관련된 법 시행규칙은 없다. 대부분 교통약자석 할당량 중 일부를 배려석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교통약자에 임산부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따로 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전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은 “시내버스 내 노약자석(교통약자석)은 법으로 전체 좌석의 3분의 1 이상의 좌석을 교통약자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모든 버스에 설치돼지만 임산부 배려석의 경우 운송업체가 자발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임산부 배려석이 없는 버스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도시철도는 열차 1편성당 8개의 임산부 배려석이 있으며 2023년 임산부 배려석 알림시스템인 ‘위드베이비’를 설치해 이용 편의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이를 통한 시민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심우찬 대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인의 배려심 부족으로만 이해해선 안 된다. 이는 공정성의 문제, 저출산에 대한 사회 전체를 향한 책임 묻기, 혹은 사회적 부담감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회적 현상”이라며 “임산부 배려석이 단순한 임산부 개인에 대한 배려가 아닌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인식과 가장 취약한 구성원을 보호하는 동시에 미래 사회 구성원을 보호해야 하는 사회 공동체 책임이라는 인식이 더욱 확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주빈 기자 wg9552063@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