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육아 참여 맞벌이 부부 출산 의사 높인다

남편의 가사노동 분담률 대등할수록 아내 경제적 협상력 평등할수록 높아 남성 육아 참여 높일 수 있는 정책 필요

2025-10-20     이주빈 기자
사진 = 육아정책연구소

맞벌이 부부 중 남편과 아내의 가사노동 분담률과 경제력이 비슷할수록 출산 의사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9일 육아정책연구소의 학술지 육아정책연구 최신호에 수록된 ‘맞벌이 기혼여성의 출산 의사 예측요인 탐색’ 논문에 따르면 맞벌이 기혼여성의 출산 의사 중요도는 성평등, 경제적, 인식·문화적 순이다. 우선 남편의 가사노동 분담률이 증가할수록 여성의 출산 의사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남편의 분담률이 15% 지점을 넘어선 이후에는 출산 의사가 소폭 감소했지만 약 47% 지점에서 출산 의사가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부부 간 가사 분담이 공평해지는 정도까지 남편의 가사노동 참여가 출산 의사를 증가시킨다는 거다.

또 아내의 경제적 협상력 역시 부부 간 대등한 수준으로 증가할 때 여성의 출산 의사가 상승하는 패턴을 보였다. 특히 약 30~50% 구간에서 출산 의사에 대한 평균 예측확률이 보다 뚜렷하게 높아졌다. 약 50%를 넘어서는 구간부터는 출산 의사에 대한 평균 예측확률이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으며 여성의 경제적 협상력이 남편을 역전하면 출산 의사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논문은 이에 대해 분석대상이 맞벌이 기혼여성임을 고려하면 남편의 가사노동 참여는 여성의 가사·양육 부담을 완화하고 여성의 행복감과 가사노동 만족도 등이 출산 의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것으로 해석했다. 이어 여성 소득이 남편의 소득이 역전하게 되면 전통적인 남성적 권위와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남성이 가사노동을 회피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어 출산 의사가 감소하는 결과나 나올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는 정책적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현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한국 사회의 가족·노동 구조 변화를 반영한 매우 중요한 신호”라며 “과거에는 주거비, 소득, 일자리 안정성 등 경제적 요인이 출산 결정의 주요 변수로 꼽혔지만 이제는 단순히 ‘돈의 문제’를 넘어 일상 속 성평등의 질이 더 큰 결정 요인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유럽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는 이유는 경제적 보조금 자체보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 가사노동의 성평등 구조, 사회적 인식 변화에 있었다”며 “우리나라도 남성 육아 참여 지원 등 정책의 방향 전환과 함께 장시간 노동 관행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주빈 기자 wg9552063@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