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게 없다’ 태안화력 안전불감증 재확인
노동부 근로감독 산안법 위반 1084건 적발 故 김충현 등 수급업체 근로자는 ‘불법 파견’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태안화력)에 대한 근로감독을 통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1084건이 적발됐다. 정부는 “왜 같은 유형의 죽음이 반복되는지 우리 사회가 마주해야 할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며 강도 높은 조치 이행에 나서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23일 태안화력과 한전KPS 등 10개 1차 수급업체, 한국파워오엔엠 등 4개 2차 수급업체를 대상으로 한 근로감독 결과를 내놨다. 사고가 발생한 작업과 동일·유사한 작업뿐만 아니라 발전소 내 모든 공정을 대상으로 감독했고 특히 야간 시간대 현장에 대해서도 별도의 감독을 병행했다. 아울러 노동자 면담을 통해 사업장 내 위험 작업 및 시설에 대한 개선 필요사항을 발굴하고 최근 5년간 원·하청 전반의 산재 발생 현황을 조사해 개선 여부를 확인했다. 또 언론을 통해 제기된 산재 미보고 의혹에 대해 사내 방재센터 구급 출동 내역을 전수 확인하고 대조했다. 그 결과 산업안전보건 위반 사항 971건(사법처리 379건, 과태료 부과 592건·7억 3000만 원)을 적발·조치했고 113건에 대해선 개선을 요구했다.
앞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결정적 계기가 된 2018년 김용균 씨 산재사망 사건 당시 태안화력에 대해 이뤄진 근로감독에도 법 위반 및 개선요구 사항 1029건이 적발됐는데 그 이후 6년간 안전불감증이 더 악화된 셈이다.
이번 근로감독에선 대표적으로 원동기·회전축 등 방호덮개 미설치, 수상태양광 설비 등 안전난간 미설치, 저탄장 등 분진 폭발 위험 장소 비방폭 전기설비 사용, 인화성 가스 취급 장소 가스감지기 미설치 등 안전불감증이 확인됐다. 또 노동자 건강진단 미실시, 특별관리물질 취급대장 미작성 등 보건 분야 법 위반 사항들도 적발됐다.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2인1조 작업 원칙 적용 확대와 공동작업장 관리 강화, 안전관리자 전담 의무 조항 명확화 등 안전보건관리규정 정비 등을 요구했다.
특히 정부는 이번 근로감독에서 지난 6월 사망한 김충현 씨를 포함해 한전KPS가 재하청을 준 협력업체 2곳의 근로자 42명에 대해 모두 ‘불법 파견’으로 판단했다. 원청 근로자가 작업 내용, 방법 등을 결정하면 하청 근로자는 지시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은 점, 원청이 하청 근로자를 포함해 2인 이상의 작업조를 편성·배치하는 등 원청에 실질적으로 편입된 점, 하도급계약에 따른 업무가 원청과 구체적으로 구별되지 않는 점, 하청의 작업에 필요한 설비와 공간을 보유하지 않는 점 등 그간의 하도급계약 운영 및 작업 방식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불법 파견 근로자 41명을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 지시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발전 산업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는 안전관리 책임이 분산될 뿐만 아니라 효율과 비용 절감 효과도 불확실한 현실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부의 이번 권고가 현장에서 철저히 지켜지도록 끝까지 점검하고 안전조치 미비로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