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도시를 만드는 사람들: 대전 유망 중소기업 이야기] ‘일상의 평온함’ 소음공해 잡는 기술로 되찾는다

박종진 ㈜제이제이엔에스 대표 층간소음 문제 해결 위한 실험 중 창업나서 파동 제어원리 적용한 ‘천장형 웨이브메타’ 기존 방음재보다 저주파 차단 성능 월등 건축 넘어 전기차·항공기 등 분야로 확장 AI 음향해석 시스템으로 기술 효율 높여

2025-10-26     이준섭 기자

바야흐로 물 한 방울조차 치열한 경쟁 끝에 흘러가는 시대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이 익숙한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나 살아남은 자가 진짜 강한 시대, 그 중심엔 중소기업이 있다. 자금, 기술, 신뢰 중 무엇 하나라도 남다른 무기를 가진 기업들만이 오늘을 넘어 내일을 꿈꾼다. 대전시가 선정한 유망 중소기업들 역시 위기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스스로 성장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곧 일류경제도시 대전의 든든한 밑거름이다. 금강일보가 직접 만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생존의 법칙을 품은 사람들, 그 치열하고도 따뜻한 성장의 기록 속으로 들어가 본다.

세상은 언제나 소리를 낸다. 층간소음, 도로의 진동, 전기차의 주행음처럼 일상의 불편은 기술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가 됐다. ㈜제이제이엔에스는 파동의 원리를 이용해 소리의 흐름을 제어하고 메타구조 기술로 진동과 소음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왔다. 보이지 않는 파동을 다루는 기술이 결국 사람의 삶을 바꾸는 일이라는 믿음으로 박종진 대표는 연구실의 기술을 산업의 언어로 옮겼다. 그의 도전은 기술을 넘어 사람과 공간, 사회 전반의 생활문화를 바꾸는 혁신으로 확장되고 있다.

◆메타구조 기술로 시작된 혁신

제이제이엔에스는 파동 제어 원리를 산업에 적용한 기술기업이다. 박 대표는 KAIST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에서 쌓은 연구 경험을 토대로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에서 창업의 길을 찾았다. 그에게 연구는 사람의 일상을 되돌려주는 과정이었다.

“연구실에서 증명된 기술이 논문으로만 남는 게 아쉬웠습니다. 기술이 사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게 진짜 혁신이죠. 연구가 책 속에 머무르지 않고 삶 속으로 스며들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완성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박 대표가 내놓은 해답은 ‘웨이브메타(WaveMeta)’였다. 파동의 경로를 설계해 소음을 흡수하고 진동을 차단하는 이 기술은 기존 방음재보다 얇고 가볍지만 저주파 차단 성능은 오히려 높았다. 대표 제품인 천장형 웨이브메타 방음소재는 중량충격음을 평균 4dB 줄이며 층간소음 갈등을 기술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층간소음은 단순한 생활 불편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의 원인입니다. 기술로 그 문제를 줄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누군가의 일상이 조금 더 편안해지는 순간은 기술이 사회와 만난 결과라고 믿습니다.”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기업의 성장은 언제나 도전의 연속이었다. 투자시장 위축과 경기침체로 많은 스타트업이 보수적 전략을 택했지만 제이제이엔에스는 오히려 연구개발 인력을 확충하며 기술투자를 늘렸다. 불확실한 시기일수록 기술의 방향이 기업의 신뢰를 결정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멈추지 않는 것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기술개발을 이어간 것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것, 그게 결국 기업의 체력을 증명하는 길이었죠.”

그 결과 정부의 TIPS 프로그램과 초격차 스타트업 100에 연이어 선정되며 기술력을 공인받았다. 또 국방, 모빌리티, 건축 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히며 시장성을 증명했다. 기술이 연구실의 성과를 넘어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자리 잡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성과는 단순한 수상이 아닙니다. 함께한 팀의 노력이 외부에서 증명된 결과이자 자신감의 근거죠. 그동안의 시간과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징표이기도 해요. 무엇보다 이런 성과가 다음 도전을 향한 믿음을 단단히 만들어줍니다.”

◆기술의 중심은 사람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사람이다. 기술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고 모든 혁신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게 박 대표의 신념이다. 조직이 성장하려면 구성원이 먼저 성장해야 하고 기술의 완성도는 팀의 신뢰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기술보다 문화를, 성과보다 과정을 먼저 이야기한다.

“기술보다 중요한 건 그 기술을 다루는 사람입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협업하는 과정이 혁신의 출발점이죠. 서로의 생각이 부딪히고 합쳐질 때 비로소 새로운 해답이 나옵니다. 결국 기술의 진화는 사람 사이의 신뢰에서 시작된다고 봐요.”

제이제이엔에스는 자율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조직문화를 운영한다. 직급보다 프로젝트 중심의 협업 구조를 만들어 구성원 모두가 기술적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런 문화는 직원들의 몰입과 책임감을 높이고 회사의 성장 속도 또한 끌어올렸다.

“소리를 다루는 기술이 정밀하듯 조직도 섬세해야 합니다. 구성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움직일 때 기술은 비로소 생명을 얻게 되죠. 그런 마음이 모여야 비로소 회사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살아 움직입니다.”

천장형 웨이브메타와 일반 바닥형 층간소음 소재의 차별점. 제이제이엔에스 제공

◆산업의 표준을 다시 쓰다

제이제이엔에스의 기술은 건축을 넘어 모빌리티와 국방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전기차 저주파 소음, 항공기 진동, 함정의 음향 반사 등 산업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기술은 소리와 진동이 존재하는 모든 공간에서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파동 제어는 산업의 공통 과제입니다. 소리와 진동을 다루는 기술은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될 수 있죠. 우리가 다루는 건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산업이 움직이는 근본적인 에너지의 흐름이에요. 그 흐름을 제어할 수 있다면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시뮬레이션 기반의 음향 해석 시스템 ‘MetaAID-X’를 개발하며 기술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AI가 예측하고 사람이 설계하는 구조를 구축해 제품의 성능과 개발 속도를 모두 높였다. 데이터와 직관이 결합된 이 시스템은 기술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건 조용하지만 확실한 혁신입니다. 기술이 사람의 삶을 편안하게 만들 때 그것이 진짜 변화죠. 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평온이 남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기술의 모습입니다.”

박 대표가 지향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삶이다. 그는 소리를 줄이는 기술을 넘어 사람들의 일상에 평온을 되돌려주는 일을 꿈꾼다. 조용하지만 깊게 스며드는 혁신으로 세상의 불편을 잠재우고 인간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 박 대표가 기술로 그리고 싶은 미래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