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개 드는 이공계, 인재 분산 약발 먹히나

2025-10-26     금강일보

대학 입시 판도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2026학년도 대학 입학 수시전형 의대 지원자 수는 5년 내 최저 수준인 반면 이공계의 대장주 격인 과학기술원 지원자 수는 5년 내 최고 수준을 찍었다. 유일한 성공 보증 수표로 독주한 의약학 계열에 맞서 이공계가 당당히 기지개를 켜는 것이다. 단견적일 순 있으나 인재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반가운 기별이 아닐 수 없다. 의대가 아니더라도 보상을 기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계속 간다.

종로학원이 카이스트(KAIST), 유니스트(UNIST), 지스트(GIST), 디지스트(DGIST) 등 과학기술원 4곳의 2026학년도 수시모집 지원자 수를 분석한 결과, 4대 과기원 지원자 수가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2만 4423명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6.1% 증가한 규모다. 4대 과기원의 수시 지원자는 2022학년도 1만 3315명, 2023학년도 1만 5443명, 2024학년도 1만 8630명, 2025학년도 2만 1029명을 적어냈다. 이뿐만 아니다. 졸업 후 SK 하이닉스 취업이 보장되는 반도체 계약학과 경쟁률도 의대 경쟁률을 사뿐히 넘어섰다.

이른바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의 수시 지원자는 11만 2364명으로 같은 기간 가장 적었다. 전년 대비 21.9%(3만 1572명) 줄었고 2022년 이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의대가 29.2%(2만 1157명)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의대 모집 정원이 1500명 줄어든 점을 계상하더라도 약대와 한의대 등 다른 계열의 지원자까지 함께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메디컬 고시’의 위력이 다소 진정됐다고 볼 현황판이다.

입시업계가 일시 현상으로 진단하기는 했으나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의·약학 진학률 감소도 표면상으로는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교육부는 지난 12일 “2025학년도 영재학교 졸업생의 의·약학 계열 진학률은 2.5%로 2023년 10.1%, 2024년 6.9%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했다”고 밝혔다. 과학고는 2023년 2.2%, 2024년 2.1%, 올해 1.7%로 3년 연속 떨어졌다.

의약학 계열은 성공과 고소득 등의 특권을 앞세워 이미 대학에 합격하거나 졸업한 이공계 인재들까지 빨아들였다. 지난해의 경우 의대 증원 여파로 SKY 재학 중 중도 포기한 학생이 2496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따라서 의대 열풍이 식었다고는 못해도 SK 하이닉스와 같은 잘 나가는 기업이 선택지가 되면서 이공계로 시야가 트이는 것으로 판독할 수 있다.

인재들의 의대 편중은 수출로 먹고 하는 나라에서 산업 현장의 인력 부족으로 이어져 국가적 손실을 초래한다. 답은 보상에 있는 것이다. 공대=고소득이 증명되면 꼭 의대일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할 수 있다. 정부의 이공계 육성 정책이 놓아야 할 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