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로 위 폭탄 '픽시 자전거' 규제 서둘러라
지난해 20세 이하 자전거 교통사고가 전년 대비 5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몇년 전부터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브레이크 없는 ‘픽시 자전거’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가 뒤늦게 픽시 자전거 운행을 원천 차단하는 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지만 그동안 뭘 했는지 묻고 싶다.
27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2024년 기준 자전거 이용 현황’을 보면 지난해 발생한 자전거 교통사고는 5571건으로 전년(5146) 대비 8.3% 늘었다. 사망자 수는 전년 64명에서 75명으로 증가했다.
사고 유형별로 보면 ‘자전거 대 차’ 사고는 2023년 3553건에서 지난해 3638건으로 2.4% 늘어난 반면 ‘자전거 대 사람’ 사고는 1352건에서 1677건으로 24.0% 증가했다. 사고 주요 원인은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이 66.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눈에 띄는 것은 20세 이하 운전자 사고가 2023년 1077건에서 지난해 1620건으로 무려 50.4%나 급증했다는 점이다. 브레이크 없는 픽시 자전거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픽시(Fixie) 자전거는 변속기나 브레이크 없이 하나의 기어만 사용해 축과 톱니가 고정된 자전거를 말한다. 따라서 페달을 앞으로 밟으면 앞으로 나가고 뒤로 밟으면 뒤로 간다. 브레이크를 제거하고 사용할 경우 일반 자전거보다 제동거리가 4~5배 길어 돌발상황에 대처하기가 힘들다. 픽시 자전거가 ‘도로 위 폭탄’으로 불리는 이유다.
픽시 자전거는 원래 경기장에서 사용되는 선수용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SNS 등을 통해 픽시 자전거의 멋진 주행 장면을 공유하면서 픽시 자전거 유행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도로 위의 폭탄’으로 불릴 만큼 위험한 픽시 자전거가 그동안 단속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왔다는 점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교통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자전거 운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픽시는 ‘구동장치, 조항장치, 제동장치가 있는 바퀴 둘 이상의 차’라는 자전거의 정의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에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 사이에서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 자전거가 유행해도 이를 단속할 근거가 없었다. 정부는 사고가 급증하자 뒤늦게 픽시 자전거 운행을 금지하는 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픽시 자전거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는데 뭘 하다 이제서야 뒷북 행동에 나서는지 모를 일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관련 법 개정을 서두르고 픽시 자전거 관련 안전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 픽시 자전거를 가진 자녀를 둔 학부모는 지금 애가 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