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 얘기 아닌 응급실 뺑뺑이…환자 수용 환경 힘써라

2025-10-30     금강일보

119가 여러 병원에 전화해 이송할 곳을 찾아 전전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국민 5명 중 1명이 경험해봤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생사의 골든타임을 길바닥에서 허비하는 허망한 경험이 생각보다 많다는 얘기다. 심지어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며 응급실 뺑뺑이의 독성을 열변한다. 무너진 응급의료체계를 속히 복원해야 실마리를 풀 수 있을 텐데 난제가 입을 크게 벌린 형국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5.5%가 응급실 뺑뺑이를 한두 번 경험했고 3.6%는 여러 번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험은 없지만 들은 적 있다’고 한 응답자도 59.7%나 됐다. 특례가 아니라 상례라는 뜻이다. 특히 충청권은 ‘한두 번 경험한 적 있다’ 24.1%, ‘여러 번 경험했다’ 28%로 직접 경험치가 가장 많았다.

문제 해결 방안으로는 ‘중증 응급환자 즉각 수용 의무 강화(29.5%)’, ‘중증 응급환자 수술·시술 가능 인력 확충(26.4%)’, ‘실시간 병상·환자 진료 정보 시스템 구축(19.9%)’ 순으로, 가장 시급한 보건의료 분야 정책 과제로는 ‘응급의료체계 개편(51.7%)’, ‘건강보험 재정 낭비 해결(43.2%)’, ‘지역 간 필수의료 격차 해소(36.1%)’ 순으로 거론됐다. 지역의사제 도입엔 77%가, 공공의대 설립 정책엔 67.2%가 찬성했다. 좌표가 흐릿해진 의료 개혁 수용성으로 볼 수 있다.

병원은 환자를 안 받는 게 아니라 못 받는다고 변론한다. 같은 상임위 같은 당 서영석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응급실의 수용 곤란 고지 건수는 2023년 5만 8520건에서 2024년 11만 33건으로 1년 새 약 88% 증가했다. 인력 부족이 4만 3658건으로 133%, 기타(진료과 사정·이송 전 문의 등)가 5만 2050건으로 96% 증가했고 장비 부족과 병실 부족이 각각 33%와 24% 늘었다. 이러니 뺑뺑이가 흔한 것이다.

지난 26일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응급실과 응급환자 이송자가 실시간 통신할 수 있는 전용 핫라인 개설 등의 방안을 담고 있다. 의료계는 번지수가 틀렸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이미 구축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고 반성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옥상옥을 지적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의사회는 응급실 뺑뺑이를 없애기 위해 응급실의 수용 능력을 높이고 현장의 응급의학 전문의가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현장을 이해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데 밑줄을 긋고 환자 수용 환경 개선에 돋보기를 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