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건강, 아이들 미래를 지키는 첫걸음
자살률 1위의 오명 속 학생과 교사의 심리적 고통 커 조기 사교육의 그늘, 마음의 병을 치료할 지원 체계 절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 속 ‘지난해 자살자 수 13년 만에 최다’라는 불명예 기록마저 달성한 우리 사회. 현재 정신 건강 문제와 자살률 증가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 10~30대의 대표적 사망 원인이던 자살(고의적 자해)이 40대에게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학교에서부터 마음 건강을 챙기는 체계적인 노력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진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이 교육부, 인사혁신처,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초·중·고 교원 수는 2021년 8528명에서 2024년 1만 3850명으로 62.4% 증가했다. 특히 초등 교원의 경우 불안장애로 진료를 받은 수가 같은 기간 5321명에서 7104명으로 늘었다.
학생 또한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 자료에 따르면 20대 미만 아동·청소년의 우울증 진료자 수는 2021년 5만 510명에서 2024년 7만 5233명으로 48.9% 증가했다. 불안장애 진료자는 2021년 1만 8658명에서 2024년 4만 31명으로 114.5% 증가했다.
학생과 교사 등이 겪는 심리적 압박의 원인으로는 과도한 학업 부담, 치열한 입시 경쟁, 그리고 사회적 기대가 크게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7세 고시’로 대표되는 조기 사교육 열풍은 학생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으며 이는 자아 존중감 저하와 불안감 증대로 이어진다. 즉 학생들은 경쟁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며 이러한 압박은 결국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이어지고 있다는 거다.
더욱이 학생과 교사의 마음의 병을 치료해줄 지원 체계도 미비하다. 예를 들면 교직원을 위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인 The-K 마음쉼 사업 예산은 2019년 12억 원에서 지난해 16억 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올해는 13억 1200만 원으로 그마저도 줄어들었다. 상담센터는 전국에 1068개가 있지만 상담사 1인당 평균 262명의 교원을 담당하고 있어 상담의 질과 양 모두 부족한 실정이다.
또 현재 시행되는 정서·행동특성검사가 자살 위험 학생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자살 학생 중 정서행동검사에서 관심군으로 분류된 비율은 19.9%다. 자살학생 10명 중 2명 정도만 검사로 위험성이 조기 진단된 것이며 2025년 현재 기준으로는 10.9%로 감소했다. 관심군 비율이 줄었으니 좋은 징후가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실상은 학생들이 겪는 심리적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부족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아울러 지난해 관심군 학생 중 2차 기관으로 연계되지 못한 비율은 15.4%다. 2차 기관 미연계 비율은 대전 0.9%, 서울 26.8% 등 시도교육청별로 편차도 크다.
좋은교사운동은 “관심군 학생의 2차 기관 미연계 사유는 학생과 학부모의 거부가 압도적”이라며 “선지원, 후안내 방식의 선제적 접근과 교육당국 차원의 질 높은 지원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