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생도, 교사도 우울한 학교 …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2025-11-02     금강일보

학교는 그 어디보다 안전하고 양지바른 곳이어야 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해서 비록 권태로울지언정 기초 체력이 건강해야 배움의 산실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도, 교사도 불안과 우울감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예사롭다니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원 체계는 미비하기 그지없다. 교사가 학교를 떠나거나 무시로 이직을 고민하고 학생들이 방황하는 내막을 방관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돌아볼 때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이 교육부, 인사혁신처,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초·중·고 교원 수는 2021년 8528명에서 지난해 1만 3850명으로 62.4% 증가했다. 특히 초등 교원의 경우 불안장애로 진료를 받은 수가 같은 기간 5321명에서 7014명으로 늘었다. 교사의 불안감이 교육에 침잠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결은 다르지만 결과론적으론 학생들도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 자료에 따르면 20대 미만 아동·청소년의 우울증 진료자 수는 2021년 5만 510명에서 2024년 7만 5233명으로 48.9% 증가했다. 불안장애는 더 심각해서 2021년 1만 8658명에서 2024년 4만 31명으로 114.5% 늘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 모두 10대와 10대 미만의 증가세가 다른 세대에 비해 두드러지는 데서 성장통으로 얼버무릴 처지가 못 된다.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가슴앓이하고 있지만 지원 체계는 공히 신통치 않다. 이를테면 교직원 심리 상담 프로그램인 The-K 마음쉼 사업 예산은 2019년 12억 원에서 지난해 16억 원으로 소폭 증액하는 데 그쳤고 올해는 그나마도 13억 1200만 원으로 줄었다. 상담사 1인당 신청 교원 262명이 현주소를 대변한다. 마음쉼 사업 신청 건수는 2021년 1만 3489명에서 지난해 2만 3886명으로 확대된 마당이다.

학생들의 경우 우울·불안·무기력 등을 포함하고 있는 정서행동위기학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필터링이 문제다. 지난해 자살 학생 중 정서행동검사에서 관심으로 분류된 비율은 19.9%에 그쳤다. 아울러 관심군 학생 중 2차 기관으로 연계되지 못한 비율은 15.4%다. 2차 기관 미연계 비율은 대전 0.9%, 서울 26.8% 등으로 지역별 편차도 크다.

각종 설문조사 등을 종합해보면 교사는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 과도한 업무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마음의 병을 부르는 게 다반사다. 학생들은 학업 부담과 치열한 입시 경쟁, 사회적 기대, 대인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학교가 신음하면 사회는 병들게 돼 있다. 심리적 안정을 위한 체계적이고 일관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학교 구성원들의 건강을 챙길 수 있어야 밝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