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 거리서 성추행 당해...'모두를 위해 고소'

2025-11-10     양가영 인턴기자
사진=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연합뉴스

멕시코 200년 헌정사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길거리에서 한 남성 취객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어제(4일) 대통령궁에서 교육부 청사로 걸어가던 중 누군가 내게 접근하는 것을 느꼈다”며 “그는 완전히 취한 상태였고, 저에게 범죄를 저질렀다. 모든 여성을 위해 그를 고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사건은 전날 오후, 대통령이 수행원들과 함께 멕시코시티의 대통령궁에서 연방 교육부 청사로 이동하던 중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멈춰 섰을 때 발생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에는 한 남성이 대통령 뒤쪽에서 다가와 목덜미에 입을 대고 상체를 손으로 만지는 듯한 장면이 담겨 있다. 경호원이 즉시 남성을 제지했으며, 셰인바움 대통령은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미소를 유지한 채 남성의 얼굴을 확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영상에서는 대통령이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건네는 음성도 들린다.

사진=유튜브 '가디언 뉴스' 캡처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것은 멕시코 여성으로서 겪은 일이며, 학생이었을 때도 이런 일을 경험했다”며 “제가 고소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모든 멕시코 여성이 어떤 처지에 놓이겠느냐”고 강조했다.

사건 이후 클라라 브루가다 멕시코시티 시장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께서는 취임 직후 모든 여성이 ‘도달’할 수 있는 사회를 강조했는데, 이는 ‘여성’이라는 단어가 두려움과 동의어가 아닌 세상을 꿈꾸자는 의미”라며 “여성혐오가 관행 속에 숨겨져 지속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라고 밝혔다.

브루가다 시장은 이어 “한 사람에게 손을 대는 건 모두에게 손을 대는 것과 같다”며 “성추행 피의자는 이미 체포됐으며, 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지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 경호 체계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정부가 보다 강경한 치안 강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분석했다.

최근 멕시코에서는 마약 밀매, 청부살인, 갈취 등 범죄가 잇따르면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미초아칸주(州)에서는 범죄 척결을 촉구하던 현직 시장이 피살된 뒤 시민들을 중심으로 정부와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