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킥보드 없는 거리, 대전은 부지하세월인가

2025-11-06     금강일보

서울시는 지난 5월부터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1.3㎞)와 서초구 반포 학원가(2.3㎞)를 킥보드 없는 거리로 지정해 시범 운영했다. 효과 분석을 위해 해당 지역 생활인구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결과는 호평 일색이다. 시행 전후 변화를 묻는 항목에 전동킥보드 통행량 감소(76.2%), 무단 방치 수량 감소(80.4%), 충돌 위험 감소(77.2%)를 체감한다고 답했다. 69.2%는 보행환경이 개선됐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던 모양이다.

향후 보행 밀집 지역이나 안전 취약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엔 무려 98.4%가 찬성했다. 서울시는 시민 인식조사 등 전반적인 분석 결과를 토대로 경찰과 단속 및 통행금지 구간 확대 여부 등을 포함한 운영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한다. 절대적으로 지지받고 있으니 확대는 기정사실로 봐야 할 것이다. 서울시만이 아니다. 인천 연수구가 킥보드 없는 거리 조성을 선언하는 등 곳곳에서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법으로 공인된 전동킥보드가 눈엣가시로 낙인찍힌 데는 과속, 인도 주행 등으로 보행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무단 방치로 불편을 초래하는 탓이 크다.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관련 교통사고는 2017년 117건에서 2023년 2389건으로 20배 이상 급등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4명에서 24명으로, 부상자는 124명에서 2622명으로 각각 6배, 21배 늘었다. 마치 사고를 근저당해놓고 질주하는 꼴이다.

대전도 마찬가지다. 최근 5년간 대전에서 발생한 PM 사고 건수는 275건, 사망자는 5명, 부상자는 313명이다. 자치구별로 나눠보면 서구 96건(34.9%), 유성구 67건(24.4%)으로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사고가 빈번했다. 대전경찰청이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타임월드 일대와 유성구 궁동 로데오거리 등 2곳을 킥보드 없는 거리로 시범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배경이지만 아쉽게도 대전의 킥보드 없는 거리는 힘 한 번 쓰지 못한 채 부지하세월이다.

이에 대해 대전 경찰은 자체적으로 심의를 올리기에는 시민 동의, 관련 조례 등 PM 금지 구역 조성을 뒷받침할만한 근거가 부족해서 진행이 정체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사례로 볼 때 시민 동의는 정서상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것이고 관련 조례는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개정하면 될 일이다. 경찰과 지자체의 의지만 있다면 기술적으로 제약이 있거나 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강 건너 불구경할 게 아니라 어떤 쪽에서든 주도적으로 나서줄 필요가 있다.

전동킥보드는 16세 이상이면서 원동기 면허나 자동차 면허를 소지한 사람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열려 있다. 면허가 없으면 탈 수 없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도 문제다. 설 자리를 잃지 않으려면 법을 준수하는 안전 운행이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