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평 규모의 거대한 거미줄', 그리스-알바니아 국경 유황 동굴에서 발견
그리스와 알바니아 국경 근처 유황 동굴에서 32평 규모의 거대한 거미줄이 발견됐다.
과학 매체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사피엔티아-트란실바니아 헝가리대의 이슈트반 우라크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17일 학술지 ‘지하생물학(Subterranean Biology)’에 관련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찾은 장소는 황산 부식으로 형성된 유황 동굴로, 동굴 안에는 수천 개의 작은 깔때기형 거미줄이 붙어 거대한 집합체를 이루고 있었다. 그 면적은 약 106㎡에 달하며, 이는 지금까지 보고된 거미줄 중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다. 해당 구조 자체는 지난 2022년 체코 동굴학회 탐험가들이 처음 발견했지만, 표본 채집해 분석한 것은 이번 연구팀이 처음이다.
이 거대한 군집에서 약 11만1000마리의 거미가 확인됐다. 집가게거미(Tegenaria domestica) 6만9000마리, 리네리고네 바간스(Prinerigone vagans) 4만2000마리로 구성돼 있다.
두 종은 원래 주택이나 습지처럼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며 경쟁하는 관계지만, 동굴에서는 같은 거미줄 구조를 공유하며 공동 서식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두 종이 동일한 거미줄 구조를 공유하며 이토록 큰 개체수로 공동 서식하는 건 유일한 사례”라고 말하며, 빛이 없는 환경에서 시력이 약해진 두 종이 공존을 택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한 외부 개체와 비교했을 때 이 동굴 거미는 유전적 차이를 보였는데, 이는 어둠에 적응한 결과로 해석된다.
우라크 교수는 “일부 종은 극한 조건에서 놀라운 유전적 가소성을 지닌다”며 “이런 조건에선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보기 어려운 행동이 유발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유황 동굴에서는 미생물이 날파리를 먹여 살리고, 날파리가 다시 거미의 먹이가 되는 먹이사슬이 형성돼 있어 거미가 대규모로 정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이 독특한 생태 환경이 보전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거대 거미줄에 대한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