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온실가스 감축 목표…충청제조업계 “속도 빨라”

당정, 2035년 온실가스 감축 ‘53~61%’ 잠정 결정 내연차·철강·석화 등 주력산업 직격 “현실 로드맵 필요”

2025-11-10     정은한 기자
사진 = 대한민국정부

<속보>=정부가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최대 61%까지 감축하는 중간 목표를 잠정 확인하면서 충청권 제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본보 7일자 2면 보도>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브리핑에 따르면 당정은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앞서 정부는 4가지 안(48%, 53%, 61%, 65%)에 대한 논의를 이어오다 단일수치형이 아닌 ‘50~60%’안과 ‘53~60%’안 등 두 가지 범위형으로 목표치 후보를 압축했는데 당정 협의 과정에서 다시 절충안이 모색됐다. 대전의 한 산업공학 A 교수는 “산업계가 요구한 40%대 감축안은 2050년으로 갈수록 감축량이 가파르게 늘어 정부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결국 매년 일정 비율로 줄이는 53% 안에 글로벌 감축 추세를 절충한 결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진 건 탄소 규제가 무역장벽으로 전환 중이라서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내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한다. 이는 수입품 중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 EU 생산품이 부담하는 탄소비용과 같은 수준을 부과하겠다는 제도로,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 등 일부 품목에 적용된다. 수입자가 인증서를 구매(톤당 약 100유로)해야 하는 구조라서 간접 규제에 해당한다. 미국도 탄소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클린컴피티션법(CCA)’을 예고한 상태다.

정부안이 확정되면 국내 절반이 충남·충북지역에서 제조되는 내연기관차 부품산업의 발등에 불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충남 부품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035년까지 65%를 줄였을 때 향후 누적 등록대수 2800만 대 중 약 980만 대(35%)를 무공해차로 전환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현재 무공해차 비율이 3.3%라서 10배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소부품사는 생산라인을 급격히 전환할 수 없는 데다 부품 수가 30~40% 줄어드는 전기차 구조상 고용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현재 무공해차 전환을 추진 중인 기업은 약 20% 수준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중심으로 한 철강업계도 부담이 커지는 건 마찬가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용광로 방식은 제철 과정에서 석탄·코크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기로 대비 2~3.5배 많다”며 “정부 목표대로 감축하려면 기술 확보와 품질 안정화가 선행돼야 하고 투자 규모는 수천억 원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감축 한계는 최대 40%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도 추가 부담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대산산단은 기초유분 과잉, 수요 정체로 치열한 가격 경쟁에 내몰린 상태라서 정유사를 축으로 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며 “2035년까지 53~61% 감축이라는 목표가 확정되면 설비 통합과 감축 비용 부담이 커져 통합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A 교수는 “산업 전환 속도와 기술 간극을 메우는 현실적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글로벌 규제 흐름을 따르되 지역 산업의 생존과 기술 혁신을 함께 고려한 감축 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