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63%,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반대
대한상의 조사 ‘경영전략 불이익, 경영권 방어 약화’ 등 이유 83% “신규 취득 안 하거나 규모 줄일 것”…처분 공정화엔 동의
최근 자기주식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자기주식 보유 상장사들은 대체로 이러한 상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15∼31일 자기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104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2.5%가 소각 의무화에 반대했다. 중립적 입장은 22.8%, ‘도입 찬성’ 응답은 14.7%다.
소각 의무화의 문제점으론 ‘사업재편 등 다양한 경영전략에 따른 자기주식 활용 불가’(29.8%), ‘경영권 방어 약화’(27.4%), ‘자기주식 취득 요인 감소해 주가부양 악영향’(15.9%), ‘외국 입법례에 비해 경영환경 불리’(12%) 등이 거론됐다.
자기주식 소각이 의무화되면 기업의 자기주식 취득유인은 전반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자기주식 소각이 의무화되면 ‘취득 계획이 없다’는 기업이 60.6%에 달해 ‘취득계획 있다’(14.4%), ‘취득 검토 중’(25%) 등의 응답보다 많았다. 취득계획이 있거나 검토 중인 39.4% 중에서도 향후 취득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응답이 56.2%로 절반을 넘었다.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가 입법화되면 80% 이상이 자사주 취득을 안 하거나 축소한다는 입장인 셈인데 대한상의는 소각 의무화 시 자본시장 활성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상의는 “다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기주식 취득 후 1~5일간의 단기 주가수익률은 시장 대비 1~3.8%p 높고 자기주식 취득 공시 이후 6개월, 1년의 장기수익률도 시장 대비 각 11.2~19.66%p, 16.4~47.91%p 높아 주가부양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소각에 의한 단발적 주가 상승 기대에 매몰될 경우 오히려 장기적으로 기업의 반복적인 자기주식 취득을 통한 주가부양 효과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다른 한 편에선 응답기업 다수(79.8%)가 자기주식 소각을 의무화하지 않는 대신 ‘신규취득 자기주식에 대한 처분 공정화’에 동의했다. 현재 신주발행 시 신기술 도입과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제3자 배정을 허용하는데 자기주식 처분도 이에 준해 제3자에 대한 처분을 인정하자는 취지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당초 제도 개선의 취지를 생각하면 소각이 아니라 처분 공정화만으로도 입법 목적을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