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 ‘암 초기 진단’ 초정밀 바이오마커 진단 플랫폼 개발
표준硏-기초지원硏-국립암센터 융합기술로 기존보다 감도 1000배↑ 병원·가정·응급 현장에서 신속한 질병 판별 가능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디자인교정연구센터 우의전 박사 연구팀은 암과 염증 반응의 주요 진단 지표 중 하나인 인터루킨-6(IL-6) 단백질을 초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는 나노바디 기반의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IL-6는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로, 우리 몸이 염증이나 암세포에 반응할 때 그 수치가 급격히 높아지는 특징이 있어 췌장암, 신장암, 자가면역질환, 패혈증 등 다양한 질환의 조기진단과 예후 모니터링의 핵심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진단기술(ELISA, PCR 등)은 분석 시간이 길고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며, 극미량의 단백질을 탐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항체보다 10분의 1 크기인 나노바디에 주목했다. 나노바디는 낙타과 동물의 항체에서 유래한 초소형 단백질로 일반 항체보다 훨씬 작고 구조적으로 단단하며, 세균에서도 쉽게 생산할 수 있어 진단기기 개발에 매우 유리하다.
연구팀은 기존 항체의 ‘핵심 부분(인식 부위)’만을 정밀하게 복제해 나노바디로 직접 바꿀 수 있는 ‘CDR 그래프팅(CDR grafting)’ 기술을 고안했으며, 이를 통해 면역 동물실험 없이도 고정밀 나노바디를 신속하게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또 나노바디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보유한 액체 속 반응을 직접 감지할 수 있는 실리콘 센서(SIS) 기술과 결합해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감도를 갖춘 바이오센서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개발된 센서는 극미량의 단백질도 탐지할만큼 매우 민감했다. IL-6 단백질이 1조분의 1그램(4.5 fg/㎖) 수준으로 존재해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정밀했으며, 이는 현재 사용되는 ELISA 진단키트 대비 약 1000배 높은 감도에 해당한다.
췌장암과 신장암 환자의 혈청을 분석한 결과, 건강한 사람과 환자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었으며, 임상 진단에 직접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면 암 조기진단은 물론, 병원·가정·응급 현장에서도 신속한 질병 판별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에는 생명연의 나노바디 설계 기술, 표준연의 용액침지형 실리콘(SIS) 센서 기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국립암센터의 단백질 분석 및 임상 검증 역량이 융합된 다기관 융합연구의 대표적인 사례다.
연구책임자인 우의전 박사는 “이번 연구는 항체공학과 정밀계측기술을 결합해 생체신호를 극미량에서도 감지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 기술을 통해 암이나 염증성 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생체변화를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형중 기자 kimhj@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