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준영, 끝내 현역 은퇴 결정... ‘1차 지명 유망주’의 10년 굴곡 끝났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박준영이 28세의 나이로 은퇴를 선언했다.
프로야구에서 ‘1차 지명’이라는 타이틀은 특별한 상징성을 지닌다. 대부분의 경우 해당 구단이 미래를 걸 만큼 높은 잠재력을 인정받은 선수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두산 내야수 박준영 역시 2016 신인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로부터 1차 지명을 받을 당시만 해도 차세대 스타로 성장할 재목이라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그 후 10년이 흐르는 동안 박준영은 기대만큼의 기량을 프로 무대에서 펼치지 못했다.
최근 그가 두산 구단에 현역 은퇴 의사를 알렸다는 소식은, 치열한 프로 세계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선수는 극소수라는 냉정한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박준영의 굴곡진 커리어는 ‘투수 출신’이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1차 지명 당시 투수였던 그는 데뷔 초반 불펜에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결국 투수 생활을 접고 타자로 전향했다.
수술과 재활, 군 복무 기간을 거쳐 2020시즌 이후 내야수로 1군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강한 송구 능력과 장타력으로 유격수·3루수를 모두 해낼 자질이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내야수 전향 후에도 잦은 부상은 그의 발목을 끝내 잡았다.
타자로 전향한 뒤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던 지난 2021년(111경기·타율 0.209·8홈런)을 기점으로, 부상과 타격 기복이 반복되며 출전 수는 해마다 감소했다.
결국 지난 2023시즌을 앞두고 FA 포수 박세혁의 보상선수로 두산으로 이적하게 된 배경에도 이러한 부상 리스크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승엽 감독 체제의 두산은 박준영의 수비 능력과 잠재력을 높게 봤다. 이승엽 감독은 계약 마지막 해였던 올 시즌 개막전 선발 유격수로 박준영을 낙점할 만큼 내야의 중심 역할을 기대했다.
하지만 또다시 부상과 약점이던 낮은 컨택 능력이 문제였다. 박준영은 올 시즌 41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 0.225, 1홈런으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박준영이 1군에서 마지막으로 뛴 경기는 지난 5월 18일 KIA전이다. 이후 허리 통증으로 말소된 뒤 2군 경기에도 나서지 않았다.
여러 관계자에 따르면 반복된 부상으로 인해 야구 자체에 대한 마음이 크게 지쳐버린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단순한 재활의 문제가 아니라,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심리적으로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몸 상태만 받쳐줬다면 두산에서 유격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했으나, 계속 그라운드에 설 수 없었던 시간이 결국 재능을 소모시키고 야구에 대한 의지도 약해졌다는 것이다.
박준영이 빠져 있는 동안 두산 내야진은 박준순·오명진·전역 후 합류한 안재석 등 젊은 선수들이 빠르게 성장했다.
이들은 김원형 신임 감독 체제 아래 진행된 마무리 캠프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실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박준영은 2군에서도 경기에 나서지 못한 채 고민 끝에 은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이 여러 차례 만류했지만 그의 뜻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박준영은 오는 19일 열리는 2025 KBO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보호명단에서 제외됐고, 1차 지명 선수로서 큰 기대를 받았던 그의 커리어는 투수 시절 1승 3패 5홀드 평균자책점 6.95, 타자로서 통산 타율 0.216·24홈런·108타점이라는 기록을 끝으로 28세의 젊은 나이에 막을 내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