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뫼가 여는 아침 窓] 대전 문단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의 세대교체

김영훈 작가 · 국제펜한국본부 대전시위원회장

2025-11-16     금강일보

문학 작품 쓰기는 작가 혼자만이 할 수 있는 고되고 외로운 작업이다. 궁극적으로는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자기만의 창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 쓰는 이들은 문단을 형성한다. 문학적 정보를 얻고, 배경 지식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서로 친교하며 문학적 성취를 빨리 이루기 위해서이기도 하며, 더러는 창작과정에서 도와가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인들은 함께 어울려 글쓰기 창작마당을 펼쳐나가는 장을 만들기 위해 문단을 형성한다.

조선말 개화기 무렵 신문학에 이어 최남선, 이광수 2인 문단 시대가 지나고 나서 최초의, 문단의 시작은 청록파였다. 1930년대 박두진, 조지훈, 박목월의 청록파 동인들처럼 잡지를 중심으로 문학적 뜻이 같은 소수의 작가나 시인들이 뭉치기도 했었다. 하지만 문학 단체라기보다 이는 단순한 동인 활동이었다. 그후, 일제저항기를 벗어나고 해방정국을 맞이하며 시류에 따라 문단의 양상이 많이 달라진다. 1954년에 들어와서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펜이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같은 해에 한정동, 김영일, 이원수 등을 중심으로 한 한국아동문학회가 조성된다.

우리 대전의 경우, 문단 형성은 비교적 빠른 편이다. 한국 남북 전쟁의 와중에서 정훈 시인 등이 중심이 돼 1952년에 호서문학회가 창립되는 것이다. 앞서 말한 두 단체보다 2년이나 앞서고 있다. 1960년대에 들어 이 호서문학회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대전과 충남 행정구역 분리 전, ‘한국문협 충남지회’가 형성되지만 문협 지회을 이끄는 리더들은 당연히 문단에 먼저 나온 선배들이었다.

물론 이들 중에는 비 등단파 문인들이 있기는 했으나 당시로는 나름 원로문인이었다. 1973년에 대전에서 창립된 충남아동문학회의 리더들도 당연히 1950년대 작가 구진서, 1960년대에 동화집으로 등단한 한상수, 1970대에 등단한 변상호, 정만영 등이 이끌었다. 이런 흐름을 타고 대전 문단의 리더들은 70년대, 80년대 등단한 작가들이 순차적으로 단체를 맡아 문단을 이끌어왔다.

그러던 현상이 변모를 보인 건 한국문협 대전지회부터였다. 1980년대 등단 시인 리헌석이지만 당시로는 원로문인들에 앞서서 리더로 등장했고, 뒤이어 90년대에 등단 시인인 권득용, 그리고 2000년대 시인인 손혁건이 리더로, 현재는 원준연이 맡으면서 한국 문협 대전지회는 확실하게 젊은 지도자들로 바뀐다.

그런 현상은 충청지방 최초의 문단이었던 호서문학회도 마찬가지이다. 1990년 호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신인 수준의 홍순갑부터였다. 이런 흐름은 계속돼 2000년대 ‘호서문학’으로 등단한 수필가 이영조에 이어 현재도 같은 해, ‘시문학’지를 통해 나온 남상광이 젊은 리더로 단체를 이끌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전문인총연합회도 마찬가지이다. 송백헌, 최송석, 김용재, 김영훈을 거치더니 지금은 90년대 ‘교단문학’지를 통해 나온 김명아가 모임을 이끌고 있는데, 2026년부터 새 임기가 시작될 대전 문총의 리더는 더욱 젊어질 거로 예상된다. 그건 등단 나이가 일천한 이가 대전펜문학을 이끌었던 사례도 있으니 대전문단 리더들의 이런 세대교체가 이미 일반화 된 셈이다.

이 현상은 대전 문단의 흐름이라고 보아야 한다. 성인(聖仁)도 시류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는 옛말이 있으니 이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문단 등단 질서를 차근차근 지키며 먼저 등단한 이가 리더로 나와야 한다는 소박한 생각만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문제는 그들이 문단 선후배들을 어떻게 이끌며 화합을 이루느냐에 있다.

더구나 이렇게 문단 리더들의, 그것도 등단 나이에 상관없는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마당이 되면서 우리 대전 문단을 아우르며 동시에 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할 원로들이 점점 부재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우리를 조금은 염려스럽게 한다. 대전 최초의 문단에서 활약하던 이들은 최원규, 신협, 이도현, 송하섭, 최송석, 도한호 등 몇 문인이 있을 뿐이다. 젊은 문인들이 기댈만한 언덕이 없어졌다. 그저 그만그만한 문인들이 군웅활거 하고 있어 문득 외롭기도 하고, 조금은 위기감도 느껴진다. 그런 심정으로 필자는 지금 낮게 드리운 회색빛 가을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