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경쟁의 그늘…새벽배송 구조 개선 요구 확산

새벽 배송 초심야 제한·노동시간 단축 필요 “가짜뉴스로 논의 왜곡 안 돼”

2025-11-19     정근우 기자
▲ 전국택배노동조합 충청지부 등이 19일 대전시청 앞에서 새벽배송 구조 개선과 택배노동자 과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근우 기자

새벽배송과 주7일 배송 중심의 구조가 택배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가 반복되는 현실에서 배송 속도 경쟁을 완화하고 초심야 배송을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는 가운데 새벽배송 폐지론, 일자리 상실론과 같은 온라인상의 왜곡된 주장까지 확산하면서 사회적 논의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충청지부와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등은 19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심야 시간대인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의 배송 제한과 주간 중심 재편이 과로 문제를 줄일 현실적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복규 택배노조 충청지부장은 반복된 야간 배송 구조가 노동자를 소모시키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밤새 배송을 지속한 뒤 아침 7시 이전 마감 시간을 맞추기 위해 전속력으로 뛰어야 하는 일이 일상화돼 있으며 마감 시간을 넘기면 사실상 계약 종료와 다름없는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야간 배송 품목을 조정하고 수수료 체계를 개선하면 새벽배송 자체는 유지하면서 노동자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전지부장은 “야간노동이 국제암연구소에서 2군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으며 수면 파괴와 시간 압박이 심근경색·뇌졸중을 유발할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간 고정 근무가 건강검진 체계에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적 보완을 촉구했다.

새벽배송 논쟁 속에서 등장한 허위 주장과 오해의 실체도 제기됐다. 이들은 “초심야 배송 제한은 새벽배송을 없애자는 게 아니라 건강을 해치는 시간대를 조정하는 조치다. 야간 배송 인력은 주간으로 전환할 수 있어 일자리 축소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플랫폼이 국내 시장을 잠식한다는 주장 역시 국내법상 직접 배송 인력을 고용할 수 없는 구조라 현실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주간배송 사망률이 더 높다는 일부 보도 또한 코로나 이전 통계를 교묘하게 활용한 왜곡이며 최근 과로사 사례는 대부분 야간 배송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사회적대화를 통해 초심야 배송 조정, 휴일배송 규제, 주 5일 근무 보장, 연차·병가 등 기본 휴식권 보장, 추가 수수료 개선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이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광우 택배노조 충청지부 조직국장은 “새벽배송을 둘러싼 왜곡과 가짜뉴스가 사회적 논의를 흐리고 있다”며 “속도 경쟁에 밀려 노동자의 생명이 위협받는 구조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정근우 기자 gnu@ggilbo.com